'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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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올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왔다.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서 있는데 비둘기 몇 마리가 내 발 밑을 지나갔다.

눈 속에서 뭔가를 열심히 파먹고 있는 그들은
머리엔 아주 오래 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페인트인지 뭔지 모를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부리는 까맣게 젖어 있었다.

그들이 쪼아먹고 있는 것은 과자 부스러기, 밤새 누군가가
쏟아 놓은 구토한 흔적들...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그들에게
더 이상 symbol의 의미는 없어졌고 누구도 그들을
순결과 평화의 이미지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런 자기들의 위상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시 주변을 떼지어 배회하며 사람들이 먹다 버린
입에 단, 하지만 내장을 해치는 음식 쓰레기들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비둘기들의 모습을 본다.

문득 나와 그들이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도시를 못 떠나면서 폐로는 공해를 마시며
입에는 미각을 한껏 자극하는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해져가는
그렇게 점점 도시의 회색빛에 그 지워지지 않는 페인트에 남루해져가는 내 속살을 본다.

'구구구구' 비둘기 흉내를 내며 던져주는 모이들을
...사실 내가 주워 먹고 있다.

2010/01/16 20:16 2010/01/16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