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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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도 분리수거를 한다.
그 전에는 아파트 안에 쓰레기를 버리는 구멍이 있었고
그 구멍은 아파트 지하1층과 연결되어 모든 쓰레기들이
그 곳으로 굴러 떨어졌다.
아파트 지하 1층에는 쥐들이 살고 있었고 간혹 천장 너머로
쥐들이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래,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언제부터인가 나도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지금도 분리수거를 정기적으로 하지만 할 때마다
나는 그 분리의 수위를 정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낀다.
가령, 종이에 끼워져 있는 스태플러나 종이 박스에 붙어 있는 비닐은
그런 나의 갈등을 가중시킨다.

물론 모든 폐품은 잘 분리해야만 한다.
하지만 가끔 나는 그 수위 조절을 스스로 하고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늦은 밤에 분리수거를 하는 날에는 병을 모으는 자루에 플라스틱을
넣었다가 너무 깊이 들어가서 꺼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페이퍼 백에 붙어있는 쇠조각이나 나일론 줄을 제거하지 않는 날도 있다.

사실 나는 일회용 물건들의 사용에 큰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살아왔다. 종이컵, 일회용 도시락통, 나무 젓가락, 비닐 봉지 등.
아내는 자주 나의 무절제한 일회용품 사용을 지적한다.
녹색평론을 보고 후원하면서 너무한다는 것이다.

가끔 발끈하긴 하지만 그 사실에 나는 동의한다. 나는 일회용품 사용에
개념이 없다. 분리수거를 하면서 죄의식의 상당부분을 털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분리수거마저도 완벽함이라는 수위 조절에 자주 실패한다.

나는 분리수거를 하면서 나란 사람이 소모하는 재화들을 곱씹게 된다.
나란 사람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사용되는 물건들이 실로 방대하다는 걸
나는 분리수거를 하면서 실감한다.
이러한 찌꺼기들을 매주 내뱉으면서도 경각심을 느끼지 못하는
나에 대해 조금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나는 어떤 면에서 상당히 이기적이다.
2009/11/08 20:14 2009/11/08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