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Posted
Filed under 컨텐츠/페미니즘
대체로 남자가 툭 던진 한마디에 여성이 갑자기 정색을 하거나 마음 상해하는 대목을 일상(남자)세계에서 희화화하는 경우가 많지만(회화화된 이야기 속에서 이때 여성은 데이트 중에 곧장 집으로 가버린다) 상황적으로 그 남자의 말은 우회적으로 의도된 (뼈있는) 말인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여자의 영민한 '촉'을 남자들은 '삐침' 정도로 비웃지만, 무의식 중에 나온 의도된 말실수를 깨달은 남자들은 직관적으로 사과하는 (척하는) 본능을 보인다. 그러고 뒤에서 드러난 사실만을 발화하며 여성들의 쪼잔함, 피곤함을 비웃는다. 마리 루티는 '사랑학 수업'에서 이런 이성 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무의식 문제와 여성주의적 관점들을 적절히 사례로 풀어낸다. 공감할 만한 구석이 많다.

내친 김에 조금 더 달리자면.
"남자가 직장생활하면 그럴 수도 있지 여자가 피곤하게 왜이래?"라고 하는 대목의 배경에는 남자들의 술자리가 있다. 실제로 이렇게 말한다는 이야기를 나는 자주 들었다. 남자가 고단하게 일하면서 구조적인 문제로 생기는 술자리 한두번에 왜 그렇게 가혹하게 혹은 예민하게 구느냐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것도 자신이 그렇게 비싸다고 구박했던 아내가 산 백화점 옷값을 써댔으면서도.) 이때에도 비난의 대상은 즉시 근면한 남편에게 잔소리나 해대는 여성의 옹졸함으로 귀결된다.

좋다. 내가 남성편을 좀 들어주겠다. '원치 않게' 그런 자리에 갈 수도 있다. 한두번 어쩌다가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내 아내가 여성들 모임에서 원치 않게 한두번 3차, 4차에서 성관계를 갖거나 그렇지 않으면 룸싸롱 같은데 가서 유사 성행위를 하고 만취상태로 들어와서 "극심한 가사노동과 육아스트레스로 여자가 나가서 그럴 수도 있지. 지 아내하나 만족 못시켜주는 남자가 피곤하게 왜그래?"라고 말할 때 관대하고도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쿨한 남편이기를 바란다.

외간 남자가 말만 붙여도 부정하다고 여기는 '순수한' 남편들은 이 나라의 유흥문화(직장문화)가 미쳐돌아가도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변명하거나 아내가 직장생활하는 남자 보필도 못하는 피곤한 타입이라는 등의 궤변론을 펼치지 말기를 부탁드리는 바...


 2013년 1월 4일

 

2013/01/04 01:10 2013/01/04 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