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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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신종플루에 걸렸다. 별로 나다니질 않아서 걸릴 거라고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우리 가족 중에서 플루에 걸린다면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가장 허약체질인
 내가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아이는 전날 밤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해서 39도까지 올라가는 고온에 아내도 나도 당황했다.

아내와 나 둘다 신종플루만은 아니길 바랬는데 동네 병원에서 큰 병원으로 가서
신종플루 검진을 받아보라고 했고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신종플루 양성이라고 문자가 왔다.
아내는 부랴부랴 타미플루 처방을 받기 위해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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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처방받은 타미플루를 먹이고 나서 아이는 열은 떨어졌지만
밥을 잘 먹지 않고 다소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일 때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걱정에 또 걱정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열도 내리고 조금씩 아이가 생활이 안정되어가고 있다.

처음 아이가 신종플루 판정을 받았을 때는 마음이 힘들었다.
왜 우리 아이에게 이런 몸쓸 신종 질병이 찾아온 걸까, 심하게 아프지는 않을까
혹시 건강을 잃는 것은 아닐까, 밤새 체온을 재고 물수건으로 열을 식히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안정이 되고나니 신종 플루가 그닥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신종플루 판정 덕에 나는 회사에서 격리조치 당했다. 가족이 신종플루 판정을 받으면
가족이 나았다는 병원의 검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급 휴가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는 지난 금요일부터 회사에 안 나가고 있다. 이로 인해 나는 하루 종일 아이와 아내와 함께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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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업무가 많아서 잠시 손 놓았던 요리도 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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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밥도 먹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아이의 손을 붙잡고 이틀 밤 내내 기도를 했던 간절한 시간도 있었지만 아이가 조금씩 기력을
찾아가면서 함께 뒹굴기도 하고 멍때리며 둘이 누워서 키득거리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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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는 신종플루가 나에게는 뺏겼던 가족과 보내는 시간들을 돌려준 시간이 되었다.
내일 병원에 가봐야 하겠지만 아이는 건강을 많이 되찾은 것 같다.
그간 기도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ps.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플루로 고생하는 많은 가정들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우리 아이처럼 잘 견디지 못하고 힘들게 보내는 분들이 있음을 기억하고 기도를 멈추지 않고
이제 그 가정들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아픈 건 부모에게 정말 큰 고통이다.

2009/11/23 23:35 2009/11/23 2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