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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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와 간혹 대화를 하다보면 자꾸 가르치려는 내 대화의 방식을 발견합니다. 뭔가를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자만심 때문이기도 하겠고, 그런 인격이 덜 된 마음이 아니더라도 되도록 많은 정보를 전해주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서 때때로 후배가 한 마디만 던져도 두세 마디를 앞서 이야기를 해놓고 후회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나이 이십대에 멋모르고 너무 많은 말들을 뱉어낸 적이 많았다면, 삼십대에는 비교적 객관적이고 도움이 될만한 말들만을 삼가해서 전하려고 노력하는 데에도 사실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후배와 대화하다가 잠시 입을 다물었습니다. 갑자기 후배의 나이를 떠올려보니 나이 서른. 만으로 스물아홉. 성인이 된 지 10년이고 나와의 나이 차이는 3년. 내가 이 친구의 인생에 뭐그리 자신할 것이 있다고 또다시 조금 아는 이야기들에 불쑥 불쑥 말을 막고 이리저리 입담을 풀어놓는 내 모습이 보였습니다. 혼이 나간 채로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저는 제 모습을 이제서야 살펴봅니다.

사람이 그렇습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한 번 말하고 두 번 들으라는 옛말이 좀처럼 체화되지 않습니다. 책 한 권을 읽어도 여전히 어린 아이들이 또래 아이들에게 장난감 자랑하듯 제 지식을 뽐내고 싶어합니다.

성년을 맞이하던 날. 나는 스스로에게 이제는 나보다 어린 이에게서도 배우고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내가 옳은 일은 주장하리라 다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장년의 나이에 삿대질하며 '너 몇 살이야?' 추태를 부리던 어른들을 보며, 나이 헛먹었다고 비난하기 일쑤였던 나에게서도 때로는 동일하게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펼치고 싶은 나쁜 마음을 발견합니다.
배움이 체화되면 분명 가르침의 의무를 져야함이 바른 이치이겠으나, 때로는 후배들에게서도, 배움이 모자란 이들에게서도, 경험이 부족하거나 불필요해보이는 잡담을 하는 이들 속에서도, 겸손의 미덕으로 귀담아 듣고 낮은 마음으로 그 생각의 근본을 받아들일 준비가 항시 되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십대에 품었던 그 마음을 곱씹으면서 말이지요.
2008/01/08 19:22 2008/01/08 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