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예를 들면, 내가 지적하고 싶은 문맥은 '우리 진짜 바보같지'라는 대화에 3자가 '니네 진짜 바보같아'라고 답할 때의 '바보'란 단어는 화자의 포지션에 따라 언어게임 상에서 용례가 다르다는거다. 혹은 '우린 참 대가리가 크다'라고 할 때 3자가 '대가리 큰 애들끼리 잘들논다'라고 하는 거다.
3. 기사로도 나왔지만 페북에서 갑작스럽게 친구관계를 정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제가 없는 경우가 아니라 '댓글에 맘이 상해서'가 많았다고 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쿨하려고 애쓰고 쿨하게 굴 것을 자주 강요받지만 나는 사람들의 정서가 쿨 할 수 없다는 데 한표를 던지는 편이다.
4. 한때 몸담았던 교회는 당시에는 작은 규모의 꽤 괜찮은 교회였다. 서로 진솔한 나눔들이 있었고 어느 시기를 지나자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나누는 관계가 되었다. 한데 언제부턴가 모임 때마다 웃으며 상대를 갈구는 농담을 즐겼는데, '너네집 가난하잖아. 남은 음식 싸가야 하지 않겠어?'라거나 '어이 지방대 출신!'이라거나 '너 머리에 총맞았냐' 같은 말들이 난무하는 분위기에서, 솔직히 견딜 수가 없었다.
5. 아마도 그 시절 너무 오랫동안 불편한 마음으로 공동체를 지켜본 탓인지 나는 상대를 비하하면서 즐기는 개그나 대화에 동참하기가 싫다. 때때로 나도 누군가를 그런 식으로 갈구면서 웃었을 수도 있다. 나도 살면서 어떤 시기에는 그렇게 웃어넘겼고 나름 예리하게 잘 찔러댔던 것 같다.
6. 정혜신 선생은 자학하면서 웃기는 연예인들, 이를테면 뚱뚱하거나 못생겼다고 자학하며 웃기는 개그맨들의 상당수가 다이어트를 하고 성형수술을 하는 사례들을 들면서 그것이 쿨하게 자신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자기에게 지속적인 상처를 줘서 결국 고통 속에 그 상황을 해소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감을 지적한다. 깊이 공감했다.
7. 어쨌거나 나도 그런 거 같다. 구창모의 희나리 가사처럼 '내게 무슨 마음의 병 있는 것처럼' 나는 까는 농담이 싫다. 그리고 한편으로 나는 갑자기 마음 문을 닫고 특정한 사람과의 관계를 마치 없었다는 듯 '언팔'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나의 이런 지적질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를 보호하고자 하는 생존본능에 가깝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