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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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읽어주는 책이야기이자 묵상집

공지영. 내게는 익숙하고도 낯선 이름이었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다. 서사적인 이야기를 지나치게 영상물에 의존하다보니
나이가 들어서도 소설을 읽는 게 익숙치가 않아서다.
어쨌거나 인문학, 철학, 종교관련 책이 아니면 에세이집 외에 특별히 이런 소설 작가들의
글을 읽을 기회가 없었다. 물론 이 책 제목은 전부터 질릴만큼 많이 들었었다.
내게 소설가들의 책은 익숙한 만큼 낯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훈의 소설도 그렇다.)

작년에 지승호씨가 공지영 작가를 상대로 인터뷰집을 냈다.
나는 그 책이 계기가 되어 작가 공지영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이 책을 처음으로 그녀와 '만나게' 되었다.
(물론 더 일찍은 그녀의 책을 영화화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통해서였지만.)

위녕. 이 책에서 공지영이 편지의 대상으로 삼는 이 이름은 그녀의 소설집인
<행복한 나의 집>에 나오는 딸의 이름이라고 한다. 그녀는 딸인 '위녕'에게 여러 편의 글을 쓴다.
인생의 경험이랄수도 있겠고 딸에 대한 충고랄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책은 무엇보다 공지영의 독후감에 가깝다. 매글마다 그녀가 설명해주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읽고 있는 나조차도 마음 속 깊숙히까지 풍성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녀는 독후감을 딸에게 쓰면서 딸이 겪고 있는 성장기의 문제들에 대해 솔직하고도 애정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깊고도 맑았다.

맑다는 표현이 순수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정화되었다는 것이 더 정확할 듯 하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그 내면의 소리들을 외면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그녀의 정서는 더욱 풍성해졌고 더 정화된 것 같다.
 그녀는 자신의 딸에게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통해
딸에게 인생의 경험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녕의 인생의 큰 지지자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자녀를 항상 응원해주는 엄마를 둔 위녕은 얼마나 축복인지.)

시간이 부족한 삶을 사는 나는 보통 책을 속독한다.
정보를 급하게 구겨 넣었다가 필요할 때 다시 꺼내보는 습관이 나쁘게 굳어지고 있다.
나도 그게 나쁜 책읽기 습관이란 걸 알지만 고칠 엄두를 못낸다.
고친다면 난 책읽기를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르므로.
하지만 공지영의 책은 아껴서 읽고 있다. 아니 한 편의 글을 읽고 나서는 조용히 곱씹어보기 위해
일부로 책을 덮는 일이 잦다. 그 정서를 머리 끝부터 발가락 끝까지 음미하고 싶어서다.
묵상집이라고나 할까. 그녀의 산문집에 감사를 표하며.
2009/10/13 20:51 2009/10/13 2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