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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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을 시켰다. 배달 그릇에 담겨왔다. 어떤집은 일회용 그릇에 준다. 장사가 잘되서 하루에 백그릇씩만 팔면 삼개월이면 만개의 일회용 그릇이 버려진다. 그렇지 않고 그릇에 담아주는 식당은 일일이 그릇 회수를 하러 한번더 배달을 와야한다. 집집마다 배달을 선호하는 이유는 집에서 음식을 하지 않기 위해서다. 가사노동에서 해결되기 위해 음식을 시키는 이들 중 상당수가 그릇과 쓰레기를 함께 담아 내어놓는다.

배달 오토바이는 그릇 수거시에는 쓰레기를 담는 수준의 큰 통을 싣고 다닌다. 한번은 배달하시는 분과 오토바이가 함께 넘어졌는데(다행히 다치시진 않았지만) 도로 한복판에 집집마다 버린 음식물이 뒹굴었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걱정하는 눈빛으로 지켜봤지만 누구하나 그곳을 치울 마음은 없었다. 내가 왜. 따지고보면 사람이 다친 것도 아니고 내 집도 아니고 공공 도로가 더러워졌는데. 다들 합리적인 생각을 하며 자기 걸음을 재촉한다.

이 배달음식으로 발생하는 난관을 해결할 방법은 물론 있다. 내가 가족들과 식당에 가는 것이다. 혹은 배달 음식을 가져오면 집그릇에 옮겨담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릇은 내가 씻어서 반납할 수도 있겠다. 그러면 최소한 기름과 시간써가며 두번 걸음하는 번거로움도 일회용용기의 배출도 막을 수 있다! 근데. 생각해보면 굳이 내가 왜. 니들 그거 하라고 내가 돈 주는거잖아. 내 하루도 충분히 힘들어 돈내고 아무 생각없이 서비스받겠다는 거지. 배달음식이 그러라고 장사하는 거 아닌가. 이렇듯 나도너도 다 그렇게 생각하고 사는 거겠지. 그러는동안 아파트 쓰레기수거장에 쌓인 물건들이 하루에도 집한채 수준이다.

간혹 공부 좀 하는 사람들이 토론을 하거나 글을 통해 인간은 진보하는가..에 대한 논쟁. 나아가 회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붙잡는 희망 같은 걸 이야기한다. 예전같으면 아마 나도 숟가락 하나를 더 얹으며 테트리스 퍼즐 맞추듯 논리적인 생각들을 현실에 맞게 말하고 싶어했을 것 같은데. 솔직히 요즘 나는 짜장면 배달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삶에 회의감이 찾아온다. 밥한끼 먹는 것만 유심히 봐도 우리의 모습을 직시할 수 있다. 인간은 진보하는가. 오늘도 너와 내가 함께 보는 바이다.
2015/05/02 23:54 2015/05/02 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