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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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다분히 개인적인 이야기다.
고로 썼다가 지울 수도 있다.
최근 나는 성하 사진을 전혀 올리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환청을 듣는다.
'니 아이는 살아 있잖아.'

내 아이 사진에 웃다가 그 아이 사진을 페북에
공유하려는 순간 환청을 듣는다.
게다가 내 아이도 잃을 것 같은 두려움도 엄습한다.
그래 우리 성하는 살아있지...
이 복잡한 감정에 대해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담아두고 있기도 쉽지가 않았다.
내 감정을 타인에게 어떤 의도나 어떤 행동의 제약을
주고자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페북에서 아이 사진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미혼이지만 아이를 갖고 싶은 싱글.
결혼을 했지만 노력해도 아이를 갖지 못하고 있는
부부들, 나아가 아이를 잃은 부모들.
아이가 건강하지 않은 부모들.
글을 올릴 때마다 불특정 다수의 부모들이 내 앞에
서있는 듯한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그냥.
그럼에도 나는 이 시간을, 아이와 보내는 시간을
이기적으로라도 누리고 싶었고 공유하고 싶었다.
그냥... 이제까지는 그게 됐다.
최근들어 나는 일상적으로 대화하듯 페북의 글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아이의 사진에서는 어떤 증상이라고 할만한
수준의 환청과 현기증이 난다. 말하고 싶진 않지만.
그럴 때는 그냥 아이 얼굴을 보며 웃어주기만 했다.

그냥.
요즘은 내가 믿는 기독교가 진리라면
그냥 이쯤에서 세상의 종말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많이 한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 상식이 최선인 세상.
평등하게 건강하고 평등하게 사랑하고 사랑받는 세상.
그게 그렇게 간절한 것이었나. 그런 생각.
이런 글. 안 쓰고 싶었는데 비가 오길래. 미안합니다. 다들.
(2014년 5월 12일 페북 글)
2014/05/13 00:19 2014/05/13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