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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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교육감의 2억 전달 건 관련하여, 일부 진보진영의 우려감과 당시의 정황을 고려한 감싸기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후보 단일화와 당선 이후 2억을 전달해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진보진영에서는 '관행' 내지는 현실적으로 눈감아줘야 하는 무엇으로 받아들이는 게 솔직히 불편한 마음이다.

만일 '곽노현'이 아니고 '정형근'이나 '오세훈'이었다면 어땠을까. 그가 후보단일화를 추진하면서 2억을 나눠주고 그것이 선거의 대가성이 없는 돈이었다고 말했다면 과연 진보진영에서는 문제삼지 않았을까. 결국 이것이 진영논리가 되어 나는 착한 편이고, 착한 편의 마키아밸리즘적 정치 행보는 때때로 배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건 현실 정치를 이전투구의 장으로 만드는 격이 아니겠나 싶기도 하다.

나는 곽교육감의 정치 성향과 그의 교육 정책을 지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더 마음이 아프고 생각할수록 안타까운 심정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답답한 건, 진보보수 사이에서 이 문제에 대해 곽후보의 감싸기와 까기로 일관하는 두 극단적 반응에 심한 무기력함을 느낀다.

이 사건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경선을 포기한 후보에게 당선 후 당선자가 위로금(이 됐건 대가성이 됐건, 어려움에 처한 이에 대한 배려가 됐건 간에)을 직접 금전적으로 보상하게 만든 경선 시스템의 불합리함에 있다. 그렇다면 그 불합리함, 부정행동에 대한 자성과 그 시스템의 개정에 여당, 야당, 시민단체, 국민이 모두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고민하여 개선책을 찾고자 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일개 교육감 한명의 부정행위에 여야가 이전투구식 입장표명을 해대기에 앞서, 최소한 그 부분을 먼저 이야기해야하지 않냔 말이다. 그 구조의 문제를 다루면서 곽후보의 2억 전달의 선의나 억울함을 정상참작하며 그 배경도 따져보고, 반대 입장에서 위법행위에 대한 객관적 평가도 해야 하지 않을는지. 한편으로는 진보측에서도 마치 자신이 교육감 경선에 나서면 현실정치의 관행과는 상관없이 독야청청할 것처럼 곽교육감을 비난하는 것도 탐탁치만은 않다.

곽 교육감도 절벽에서 뛰어내려야 그에 대한 원론적 비판을 거둘 셈인가. 진보 진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조금이라도 먼지가 묻으면 야쿠자처럼 할복하는 문화를 강요하는 건 아닌지. 선거에 있어 여야 후보 모두가 공정하게 부정함 없이 당선되는 중립적 구조에 대한 고민 없이 이런 진영논쟁의 진흙탕 싸움에 이제는 현기증을 느낄 정도다.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내가 생각하는 곽 교육감 사건에 대한 생각은 이러하다.

 

*facebook 작성: 2011년 8월 30일 화요일 오후 5:27

2011/08/31 21:19 2011/08/31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