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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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난 네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가끔은
그런 네 모습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언제나 밝고 다정다감했던 너의 낙천적인 성격.
사람들의 고민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진지하게 돌아보던 너의 모습은
항상 도전이 되곤 했다.

무엇보다 난 너의 열정이 부러울 때가 있다.
좌충우돌하긴 했지만,
항상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너의 도발적인 행동이
때론 불안정해 보일 때도 있었지만
이미 나에겐 사라져버린 모습이라
더더욱 귀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난 너와는 다른 내 모습을 본다.
어린 왕자와 같은 순수함도
삶에 대한 열정도
이젠 내 안에서 찾기 힘든 무엇이 되어 버렸다.
항상 무언가를 재어 보고,
어떤 일이든 일단은 냉소적으로 반응하고,
사람들을 대할 때
내 선입관을 드러내는 것이 먼저인 경우가 잦다.

하지만,
이제 난 너에게 없는 것들이 생겼다.

힘들 때마다 자주 사라져버리고
쉽게 포기했던 너와 달리
난 긴 시간동안 참아내고
시작한 일은 마무리를 짓는 집요함이 생겼다.

낙천적이고 밝은 모습은 없지만
슬픔을 광대같은 웃음으로 포장하지 않고
힘겨움과 고통을 피하려는
나약함의 그늘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지만
권위에 굴종하지 않고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으며
함부로 말하지 않는 만큼 내 말에 책임을 지게 되었다.

난 네가 그리울 정도로
많이 어두워졌고 그만큼 나약해졌지만
그런 만큼 거짓과 잦은 포기에서 멀어지고 있다.

(2004년 어느날.)

2007/07/24 19:12 2007/07/24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