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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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확실히 뜨거운 매체다. 말 실수하거나 뜨거운 이슈에 위험한 입장 표명을 하면 반나절 안에 퍼져서 이미 자신도 모르는 제3자가 자신의 글을 욕하고 있는 상황을 맞게 되기 십상이다. SNS 속도의 강점이 고스란히 맹점으로 자리잡는 순간이다.

당사자가 정신을 차리고 해명을 하더라도 시작된 논란은 정리되지 않는다. 이미 몇 다리를 건너간 '내 글'은 이미 내 글이 아니며 그저 논란거리에 불과하므로 내 글에 내가 직접 해명을 한다 해도 동일한 루트로의 전달이 보장되지 않는다.

대안은?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내 경험상 이상적 대안은 없다. 조심스러운 나의 의견은 이것이다. 자신의 SNS 영향도를 축소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 자신의 생각을 널리 전하려는 그래서 유명해지려는 욕구가 사실상 익명의... 방대한 네트워크로 자신을 밀어넣지 않았던가.

SNS의 가장 큰 문제는 한 개인이 안면없는 친구들과 수백명씩 엮여 있으면서 그들을 오랜 친구에게 대하듯 허물없는 말과 주장을 쏟아낸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 말들은 사라지지 않고 보존되고 유통된다. 설령 자신이 글을 지워도 지인을 통해, 혹은 메타 사이트들이 꼬박꼬박 저장해두고 있다.

나는 하루에 최소 3-4명의 사람들에 대한 뒷담화를 듣는다. 대체로는 무시하지만 때로 맞장구를 치며 은근 뒷담화를 즐길 때도 있다. 나는 비슷한 경로로 나에 대한 뒷담화를 어떤 사람들은 즐길 것이라고 예상한다. SNS는 그런 뒷담화의 기하급수적 확장이 가능한 공간이다.

나는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예민한 편이라 내가 포용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는 관계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거나 적어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전까지는 선을 그으려고 노력한다. '대중'의 사랑, 인기를 받으려는 욕망에는 그만한 댓가 - 대중의 비난과 험담을 견뎌야 하는 - 따르게 마련이다.

마치 몰랐다는 듯 극도의 분노에 휩싸이거나 극도의 우울함에 빠지거나 계정을 삭제하고 자신만의 동굴에 숨는다. 혹은 마지막 한마디까지 해명하고자 극단으로 치닫기도 하고 그 극단의 종지부에는 호불호가 갈린 절반의 친구들과 비난섞인 교제를 지속하게 된다. 그렇다. 대중성을 감당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라. 그리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 SNS의 나를 축소하라.
2012/07/20 18:39 2012/07/20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