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Posted
Filed under 컨텐츠/영화평

<Lifting de Corazon>을 봤다. 이 영화는 스페인 영화라는 걸 빼면 전형적인 2류 불륜 영화다. 원래 이 영화는 중년 남성의 일탈이나 욕망에 집중되었저만 '젊은 여성' 입장에서 조금만 썰을 풀고 싶다.

스토리를 간단히 말하자면 중년 남성은 자신에게 손자가 생겼다는 얘길 들을 때 즈음 젊은 여잘 만나게 되고 그 여자에게 빠져든다. 젊은 여자는 원래 사귀던 중년 남친이 있었지만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 없어 감정에 충실하게 달려가고 두 사람의 불륜을 알게된 중년남자의 아내는 독립적인 존재가 되고자 남편과 별거에 들어가고 그녀도 상담하던 남성과 교제를 시작한다. 결국 젊은 여자는 중년남자가 아내와 헤어지지 못할 거란 사실을 직감하고 중년남자도 아내가 떠나자 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일탈은 끝나고 중년부부는 손자를 맞는다.
 
때때로 젊은 여성들은 또래 남성보다는 심정적인 여유가 느껴지는 성공한 남성, 혹은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안정적인 중년 남성에게 끌리는 것 같다. 이성에게 호감을 느낄 때를 전형적인 방식으로 분석할 수는 없겠지만 중년 남성에 호감을 느끼는 여성들은 자신의 unstable한 상태를 stable한 반려자를 통해 확보하려는 욕망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중년 남성이 젊은 여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건, 자신의 늙음에 대한 자각과 함께 점점 커지는 일탈의 욕구와 관련이 깊은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지적(질)은 여기에서 시작되는데...) 따라서 어떻게 불륜이 시작됐든 대체로 남성은 젊은 여성이 일탈적 존재에서 일상적 존재가 되는 시점에 정신을 차린다. 영화에서도 젊은 여성은 중년 남자와 아이를 낳고 함께 살기를 원한다. 남자는 그 일상의 무상함에 짓눌려 시작된 관계가 다시 삶의 '정상 루프' 안으로 들어왔다는 느낌이 들자마자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나면 일상적 영역 안에서는 정서적으로 안정된 중년 남성이라면 대체로 익숙함과 보수성이 고개를 쳐든다. 아내가 차려준 식사, 아내와 함께 힘들게 키워낸 자녀, 그 아이들과 함께 사는 스윗홈... 그 게임 룰 안에서는 이 영화에서처럼, 아내가 이기게 되어 있다. 이 영역에서 젊은 여자는 철저하게 타자이고 미지의 세계이며 지금까지의 안정화된 삶을 뒤집는 불안 요소가 된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 출산 육아 공부 차, 함께 자주 들락거리던 인터넷 카페에서 듣게 된 이야기가 있다. 유부남과 교제하는 여성들의 비밀 카페가 있는데 그 카페에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유부남과 사귀는 여성들의 고충이 많이 올라온다고 한다. 가끔씩 읽는 holicatyou.com 블로그에도 간간이 유부남과 사귀게 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본다. 비슷한 패턴은 첨엔 미친듯이 들이대다가 시간이 지나면(일탈이 일상이 되는) 그 관계가 역전되고 종국에는 젊은 여성들만 상처를 입는 것이다.

이 2류 영화와 사례들을 자질구레하게 언급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이자 결론이다. '젊은 여성이여, 유부남과 절대 엮이지 말라.' 첨엔 따스한 정서와 공주같은 대접을 받을 지는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의 경우 홀로 남겨지는 건 젊은 여성이다. 유부남은 가정으로 돌아가고, 아내는 그 남편을 용서하고 젊은 여성은 버려진다.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하고 내가 아는 한 이는 다분히 '현실적'이기까지 하다.

2012/07/27 22:51 2012/07/27 2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