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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메이커에 대한 단상”
: <매트릭스>는 IT기술의 상징

매트릭스 리로디드를 보는 중에 많은 관객들이 웃었던 장면이 있었다. 2편에서 영화의 전개의 핵심이 되는 키메이커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많은 관객들은 영화관 군데군데에서 황당하다는 투의 웃음소리를 내곤 했다.
그 웃음은 번역된 단어와도 상관이 있는데 굳이 ‘열쇠공’이라는 번역을 하지 않고, ‘키메이커’라는 그럴듯한 발음의 영어를 그대로 씀으로써, 관객은 과연 어떤 인물일까 궁금해 하다가 결국 우리 나라의 도로변에서도 볼 법한 열쇠집 아저씨가 화면에 나올 때 받는 황당함과 관계가 있었던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에서도 이 장면을 보면서 관객들이 그런 황당한 웃음을 지었을까 하는 의아함이 생긴다. 그들은 처음부터 키메이커를 말그대로 그냥 '열쇠공'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단순히 단어와 인물의 미스매치를 넘어서는 흥미로움이 키메이커에게는 있는 듯하다. 그 흥미로움으로 인해 웃음을 짓게되는 사연을 조금 소개하자면 이렇다.

니오(Neo)가 오라클(Oracle)을 만나는 장면에 보면 무술을 잘하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가 자신은 세리프(sheriff)라고 말한다. (세리프(sheriff)는 보안관 정도로 보면 된다) 니오(Neo)는 이제 매트릭스 안을 디지털의 조합으로 인식하는데 세리프(sheriff)는 코드가 보이지 않고 노란색 광채만 띠고 있어서 의아하게 쳐다보는 장면이 나온다.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이 두 사람의 쿵후 대결이 액션신을 삽입하기 위한 것이라 여기고 지루하게 느끼기도 한다. 혹은 오라클(Oracle)의 보디가드 정도로 보고 넘길 수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뜬금없이 한참 싸우다 이제 됐다면서 오라클(Oracle)에게 안내한다. 그러면서 당신이 니오(Neo)인지 확인해야 했다면서 싸워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오라클(Oracle)에게 데려다 줄 때 문이 많은 통로를 지나는데 니오(Neo)는 그것을 백도어 즉, 해커들이 소스에 편법적으로 접근하는 곳임을 알아본다. 그러고 세리프(sheriff)에게 프로그래머냐고 묻는다. 그는 중요한 곳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참고로 오라클은 1977년 로렌스 J. 엘리슨(Lawrence J. Ellison)이 설립한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회사다. 오라클이 예언자로 받아들여지던 1편에서도 대부분의 프로그래머 관객들은 DB에 많은 데이터가 있어서 그 DB를 검색하여 미래를 예측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문제의 장면.
키 메이커라는 영화 전편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가진 인물은 그야말로 열쇠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여기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열쇠공의 외모에서 웃고만다.
키 메이커도 백도어를 이용한다. 단지 그는 각 문에 해당하는 키를 가지고 있다. 그 문에 합당한 키를 꽂으므로 각 소스에 접근하게 되어 있다. 그런 식으로 니오(Neo)는 매트릭스의 설계자인 아키텍트를 만난다.

IT(정보기술)에서는, 정보의 보안 및 인증에 대한 부분이 하나의 분야로 설정되어 있다.
정보의 유출을 막기위해 네트워크 시스템은 보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정보에 접근(access)을 허용할지 말 지를 결정하는 인증 과정을 거친다. 대개 이 인증의 방법으로 키 값에 의존하게 되어 있다.
키는 크게 두 개의 범주. 즉 공개키와 비밀키가 있다.
공개키는 주변에서 쉽게 다운 받을 수 있으나 암호화되어 있어서 자신이 그 키 값을 가지고 있다해도 그것을 보안프로그램의 방식대로 풀지 못하는 한에는 그 내용을 알 수 없다.
비밀키는 암수 구별이 있는 것과 같이, 꼭 들어맞는 열쇠와 자물쇠처럼 유일한 한 세트를 서로 주고받아 인증을 하는 방식이다. 매트릭스가 다른 SF영화와 차별되는 하나의 모티프는 이런 IT쪽의 지식이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 오라클(Oracle)이라는 프로그램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그 앞에 작동하고 있는 보안프로그램인 세리프(sheriff)의 인증이 필요하다. 세리프(sheriff)는 누구나 상대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개키를 상징한다. (제미있는 것은 보안에서 공개키를 표시할 때 노란색 열쇠로 표현된다. 따라서, 그의 노란색 광채는 공개키의 암시라고 볼 수 있다.) 단, 싸워보아야만 그가 누구인지를 인증할 수 있기 때문에 쿵후대결을 암호해독이라고 볼 수 있다. 쿵후실력으로 인증을 받은 니오(Neo)는 백도어를 통해 오라클(Oracle)이라는 프로그램에 접속하게 된다.
그에 반해 키 메이커는 비밀키를 상징한다. 그는 짝이 맞는 키를 만들어서 무수히 많은 비밀키를 들고 다닌다. 아키텍트를 만나러 가는 장면에서 니오(Neo)가 키메이커가 만든 키를 문에 꽂을 때 키가 문에 꼭 맞는다는 것을 클로우즈업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은 비밀키를 이용하여 인증을 받았고 접근이 허용되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따라서 키메이커를 보면서 웃는 이들 중에는 키메이커의 왜소함이나 아날로그 방식의 키를 만드는 그의 모습에 단순히 웃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하! 하며 그 상징성에 흥미를 느끼며 즐거워하는 프로그래머들도 꽤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2003/06/09 18:06 2003/06/09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