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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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MMPI, 에니어그램을 공부하고 
최근에 강헌 선생 덕분에 명리학을 '독학'(?)하면서 느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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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마치 서양의학과 한의학처럼 겉마음과 속마음으로 나눈다면 
MBTI와 MMPI는 겉마음을 다루는 외과적인 접근을 취하고
에니어그램과 명리학은 속마음을 다루는 내과적 접근을 취하는 것 같다.
일례로,
MBTI나 MMPI가 자신이 외적으로 반응하는 마음을 정리, 분류하여 
개별 인간의 성향을 규정한다면,
에니어그램과 명리학은 좀더 근본적인 영역의 마음의 동기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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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루는 이 도구들은 모두 특정 이론을 근거하여
임상적인 과정을 거쳐서 통용되어 왔는데
MBTI는 융의 심리적 유형론(1921)에서 정리된 개념에 토대를 두었고,
에니어그램은 고대 중동에서부터 전해 내려온 '지혜'에 근거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상 20세기에 들어서부터 점차 활성화되었다.
에니어그램은 머리, 가슴, 장형으로부터 9가지의 유형을 분류한다.
개인적으로는 에니어그램을 인간의 원초적 죄성(욕망)에 의한 분류체계로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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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주팔자로 알려진 '명리'는 중국의 당나라 이후에 체계화된
동양의 음양오행을 가지고 인간을 분류하고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오행은 세상의 질료인 나무, 불, 물, 쇠, 흙의 기운으로 분류되며
열개의 천간과 열두개의 지지를 조합하여 사람의 마음과 길흉화복을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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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의 흥미로운 지점은 오랜 임상에 의해 정립된 통계적 구조이다.
사실상 동서양을 막론하고 심리를 다루는 도구는 어떤 가설과 이론에 근거한다.
프로이트는 자아, 초자아, 이드라는 개념의 토대위에서,
칼 융은 융 나름의 심리 유형을 가지고, 
에니어그램은 머리, 가슴, 내장을 형상화하여 
오랜 임상의 축적을 통해 이론을 체계화한 것처럼,
명리 또한 그 오랜 시간의 임상의 무게를 통해 음양오행이라는 동양적 전제로
인간의 내적인 영역을 풀어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 모든 각각의 개념들은 
보이지 않는 것(마음)을 형상화한 나름의 접근 방법인 셈이다. 

그런 연유로 입문자 입장에서 보기에도
명리는 내 기대보다 훨씬 정교했다.
(사주에 대한 안 좋은 경험이 많고 한자울렁증이 있어서 
사실 처음에는 명리 자체에 부정적이었지만.-_-)
널리 알려진 MBTI, MMPI 등은 20세기 이후에 나온 것들로 
사실 임상적으로는 상당히 더딘 축에 속한다고 평가한다면,
명리학은 이런 서양의 도구들보다 임상적으로도 훨씬 강건하며
아직 그다지 깊이 들어가지 않은 상황에서조차 
나를 이해하는데 더 강력하게 도움을 주는 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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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건 우리가 익히 아는 '신살'에 혹하거나 
혹은 결혼 시기를 짐작하거나 복권을 사거나 
부적이나 작명을 통해 오행의 부족함을 채운다거나 
흉한 기운을 내보낸다는 접근과는 별개의 이야기이다. 
그저 인간의 심리, 마음을 이해하는 여러 도구 중에 하나로
곰곰이 살펴보면 나에 대한 생각보다 많은 통찰들을 얻게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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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40일 가량 겉핥기를 해본 소감은 여기서 접고,
'만인의 위한 명리학'을 시도한, 강헌 선생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2016/06/11 00:29 2016/06/11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