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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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정리를 하다가 선교단체와 교회에서
내가 인도했던 소그룹 메일리스트를 발견했다.
나도 참 많은 소그룹을 거쳐왔구나.
솔직히 나는 소그룹을 곧잘 운영해왔다.

한때, 내가 속했던 선교단체의 아는 분이
지성은 상당히 발달했으나 사회성, 공동체성
이 부족한 이들이 더러 있는데 그들을
아웃사이더로 내몰지 말고 그들의 탁월한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
그 부류에 나를 끼워넣은 적이 있는데...

솔직히 날 지성그룹에 넣어주신 건 감사했으나
돌아보건대 내가 조직의 아웃사이더이긴 했지만
단 한번도 소그룹에서 아웃사이더였거나
맡은 소그룹을 말아먹은 적은 없었다...ㅡ,,ㅡ+

헌데 오늘 메일을 읽다보니,
그때는 그렇게 좋았던 소그룹 멤버들과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는 이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메일주소에 수많은 이름들이 걸려 있는데
딱히 지속적으로 교제를 나누는 이들이... 없다...

당시에는 제2의 가족이라도 된 것 마냥
절절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기도를 하고
함께 무언가를 고민하던 지인들은,
설령 그것이 어떤 조직이 원해서 임의로 나누고
일정 기간동안 운영했던 그룹이었다 하더라도
내 가치관에 따른다면 나는 이들과 여전히
절절한 관계여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저 그 당시에 잘 굴러간
십여개의 소그룹의 흔적들만 있을 뿐.

사람들을 다시 생각해본다.
마치 초등학교 아이처럼 조직이 임의로 나누고
시간이 지나면 흩어버리는 시공간 속에서
잠시잠간 웃고 떠들다가 다른 곳으로 가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미숙함이 여전히 나를 따라다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SNS는 단절되었던 친구들을
굳이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찾아내어주고 친구를
맺어주고 다시 대화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지만
내가 내 인간관계를 자랑할만한 처지는 아닌 듯 하다.

나는 커서 뭐가 될까.
나는 커서 무슨 일을 이룰까.
나는 커서 어떤 친구들과 함께 할까.
조금만 있으면 불혹이 될 나이에
불안정한 내 인격을 마주할 때마다 기분이 언짢다.
2013/07/13 23:12 2013/07/13 2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