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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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목사의 주일 설교 영상을 보기 전까지는 상황을 잘 몰랐다가 오늘 아침 올라온 영상을 보고 하루종일 그 영상을 묵상했다. 아직 다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몇 가지를 풀어본다.

먼저 오정현 목사는 "사안의 진위여부와 상관없이"라는 말을 시작으로 최근 불거진 논문 표절 문제를 성도들에게 사과했다. 18년전 쓴 논문에서 부분적으로 인용된 부분의 출처표기가 안 되었는데 그게 문제가 되었고 어쨌거나 본인의 부족함에 기인한 일이니 용서를 빈다고 했다.

더불어 이 논문 문제를 처음 제기한 분이 직접 찾아와서, 건축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사임을 하면 논문 문제는 덮겠다면서 48시간 내에 사임하지 않을 시 이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통보했으며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이 ...문제를 당회에 처리하도록 부탁했으니 성도들의 중보를 바란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 가지가 오정현 목사의 진정한 의도가 회개, 용서라고 하기엔 상당히 껄끄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오 목사는 예배 중 여러 차례 성도들에게 송구스럽다, 죄송하다, 용서를 빈다는 표현을 쓰며 눈물로 사과했다. 힘들지만 이 환란을 잘 헤쳐나가자고 말했고 교인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나는 오정현 목사가 이 문제를 놓고 교인들에게 용서를 구했고 교인들은 용서를 했다고 본다.

내가 하고싶은 말은 이렇다. 사랑의교회가 오정현 목사를 문제삼지 않는한, 혹은 오정현 목사가 자신의 발로 교회를 걸어나가지 않는 한 이제 건축도 잘 이루어질 것이고 오정현 목사도 사임하지(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 한국개신교회는 최근 20년간 단 한번도 교회개혁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특히 외부에서 개교회의 세습이나 기타 부정부패를 지적하여 그것이 개교회 내에 영향력을 끼친 적이 없다.

그리고, 보다 원론적으로 본다면 이처럼 담임목사가 자신의 허물을 공개하고 그것에 용서를 구하였는데 그것을 용서해주지 않을 수 없다.(물론 논문 취소와 같은 문제는 차치하고 말이다) 그의 눈물의 진정성에 대해 우리는 추측하여 비난할 수 없게 되었다. 누군가가 오정현 목사에게 '악어의 눈물'이니 비열하다느니 하는 표현을 쓰게 된다면 차후에 또다른 누군가가 공개적으로 진정성있는 회개를 해도 교회가 그것을 비아냥댈 여지 내지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나는 이점을 우려한다. 오정현 목사를 비난하기 위해 '공개 회개'에 대한 의미를 퇴색시켜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또한 우리는 당사자가 회개를 해도 계속 그 죄를 비판하는 '외부 성도'가 된다. 이렇게 되면 오정현 목사를 용서한 사랑의교회 개교회 성도와 여전히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외부 성도간의 감정 대립과 분열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오정현 목사는 그것을 원했을 수도 있다. 개교회 안에서 더 강한 신임을 얻고자 그렇게 유도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추측'일 뿐이다.

어떤 의미에서 최근 사건의 추이로 볼때 점점 오정현 목사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건축문제로 그동안 내우외환이 많았는데 최근 불거진 논문 표절 사건으로 주변에서는 더욱 사임 밖에 대안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사랑의교회를 사임하면 오정현 목사는 건축도 잘못이고 논문도 표절임을 인정하게 된다. 결국 그의 사임은 그 사역 전체의 부정이며 이후 재기 가능성이 희박하다.

오정현 목사는 자신의 처우를 당회에 맡겼고 별 이변이 없는 한 당회는 오목사를 받아들일 것이다. 아마도 이것을 외부에서 막으려들면 교회 내부는 더욱 오목사 사랑이 견고해질 것이며 분열과 상호비방이 커질 것이다. 최근 20년 한국교회의 전통이 이를 입증한다.

따라서 나는 오정현 목사의 사임이나 건축 반대가 아닌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정현 목사의 사과에는 당연히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개교회는 그를 받아들일 것이므로, 오정현 목사가 담임직을 유지하고 이끄는 사랑의교회의 복음주의권 사역들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사랑의교회의 외부 사역들에 대해서는 연합이 축소되어야 마땅하고 주변 교회와 단체들은 오정현 목사와 그 교회가 건강해졌다는 판단이 설 때까지 연합을 유예하는 것이다. 일례로 CTK 발행인을 교체하는 것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은 이 이야기는 사랑의교회에서 나오는 돈을 받지 않겠다는 얘기와 같다. 그 규모가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감수할 다른 대형교회가 필요하다. '배제'에는 '비용'이 따른다. 오정현 목사의 눈물의 사죄가 진심이라면 나또한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초반에 언급한 두 가지의 껄끄러움(논문 표절이 경미하다는 해명과 사임을 종용받았다는 고발)이 여전히 내겐 그 분의 사죄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결국 개교회도 그를 용서하고 복음주의권도 그와 사랑의교회를 방기할 것이다. 이번에도 내부 고발자만 축출되고 반대의 목소리만 유명무실해질 것 같다. 내 신앙의 본산, 한국 복음주의의 현실이 그렇다.
2013/02/13 22:47 2013/02/13 2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