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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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진보진영 사람들이 오해하는 (혹은 직면하고 싶어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마치 진보와 보수의 싸움을 20:80, 혹은 1:99로 분리해서 1%의 기득권층과의 대결이라고 인식한다는 점이다. 그 말도 딱히 틀린 건 아니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조사결과 1위가 박정희이고 2위가 노무현이였다. (혹 반대일수도 있다) 지금도 박근혜는 나라 국민의 절반이 그녀를 지지한다. 1%의 기득권층, 그녀의 집권으로 인해 실질적 혜택을 보는 이들 외에도 50배에 준하는 지지자가 내 주변에 절반이 있다는 말이다.

 

내가 이해하는 그분들의 논리는 이렇다. "정치나 경제와 같은 나라의 큰 일은 해본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국가가 말리는 일을 굳이 왜 하고 사냐. 나는 평생을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고 착실하게 매사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 내가 스스로에 떳떳하고 나라가 부강해지면 그게 애국이요 바른 정치 아니겠냐."

 

"맨날 공부도 안하고 일도 안 하고 거리에 나가서 기물이나 부수고 경찰에 대항하고 국가나 기업을 위태롭게 만드는 게 더 위험하다. 동남아시아와 남미의 못사는 나라들을 봐라. 우리는 항상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끊임없는 수출과 교류를 통해 유지되는 나라다. 자원은 없고 인구가 많으니 한사람 한사람이 경쟁력을 쌓으려고 노력이나 할 것이지 왜 되지도 않는 국가 권력에 맞서려고 하느냐..."

 

사실 상 50%에 육박하는 보수편향적 국민들의 논리는 머리 속에서 명제나 수학, 말재주로 설득되는 류의 것이 아니다. 그 논리는 그들의 삶이자 일상이며 신념이며 철학이다. 그들에게 보수를 냉소하고 "개새끼, 씹새끼" 비난할 때 국민의 절반은 정서적으로 마치 자신의 삶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물론 이들은 주로 젊은 세대보다는 나이든 세대들일 것이다.)

 

이 50%의 국민들은 기득권층이 뭔가를 베풀지 않아도 국가의 존재, 대기업의 존재, 판검사, 의사, 국회의원등 그들이 우러러보는 대상이 그저 그 자리에 존재만 해도 자부심을 느끼는 부류다. 기득권층은 매체와 스포츠, 오락 사업에 적절한 정치적 암시만 줘도 그들은 자식들에게까지 보수적 가치관을 대물림한다. 자식이 국가에 의해 희생되거나 가족이 기업에서 해고 또는 질병을 얻거나,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극도의 빈곤과 소외를 경험하지 않는 한.

 

한때 나는 논리에 미쳐 있었다. 텍스트는 걸리면 무조건 해체시키는 게 논객의 자질? 실력이라 여기던 청년기를 보냈다. 말빨, 글빨 좋은 사람들 주위를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물론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매순간 주어진 텍스트는 검증하고 해체하고 재구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텍스트를 생산하는 것은 고된 일상을 몸뚱이로 살아내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다른 논리를 내세울 때 '분노의 대가리굴리기(논리)'로만 반응하는 것에 회의감을 갖곤 한다.

 

내 부모세대와 내 직장 선후배, 내 교회의 사람들 중 상당수가 그 50%의 보수주의자들이다. 그래. 나는 결코 1%와의 논리 싸움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그게 내 요즘의 고민이다.

 

 

2012년 12월 17일

2012/12/17 21:57 2012/12/17 2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