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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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으로 말해 이 영화는 음악 영화의 최고라고 하기에는 너무 빈틈이 많다. <아마데우스>나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마틴 스코세지의 <더 블루스> 등등을 떠올렸다면 이 영화는 기대 이하가 될 것이다. 이에 비한다면 <더 콘서트> 다분히 상업적인 영화다.

하지만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너무 좋아한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대한 호감을 키웠고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잘 짜여진 느낌이라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바이올리 협주곡 전곡을 13분에 압축하여 펼치는 편집도 나름 괜찮았다. (물론, 30년 동안 한번도 맞춰보지 않은 곡을 솔리스트의 '비상'에 힘입어 완벽하게 재현한다는 것은 심한 과장이다.)

소련 시절 자신이 세운 솔리스트가 감옥에서 죽게 되고, 단원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으며 자신은 볼쇼이 극장의 청소부로 전락하게 된 주인공 안드레이. 그 오랜 후회와 고통 그리고 답답했던 시간을 일소할 수 있는 기회가 오자 그는 그 무모한 작업에 뛰어든다. 30년간 연주조차 하지 못했던 단원들을 모아서 감옥에서 죽어간 솔리스트의 딸과 바로 '그 곡'을 지휘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협연을 하려는 안느-마리 자케는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협연에 참여하게 되고 여러차례 우여곡절 끝에 포기하려 마음 먹지만 자신의 부모를 알게 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최종 결정을 번복하고 바이올린 협연에 나선다.

30년전 부러뜨린 지휘봉을 테입으로 감고 나오는 부분이나 지휘봉을 부러뜨린 바로 그 소련 간부의 도움으로 다시 공연장에 서게 되는 설정, 가망이 없어보이는 일을 꾸미는데도 자신의 일을 뒤로 한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안드레이의 아내, 매 순간 그의 의지를 북돋워주는 오랜 친구들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참 훈훈했다.

인간은 참 흥미로운 존재다. 얼짱 몸짱의 솔리스트(멜라니 로랑은 정말 바이올린 솔리스트라고 보기엔 너무나 완벽한 미모를 자랑한다)에, 디즈니랜드에서나 가능할 법한 해피엔딩 등등 여러모로 상업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영화의 중간중간 나는 유쾌했고 때때로 감동했다. 내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7점도 주기 어려운 이 영화를 나는 참 재미있게 보았다. 그래서 유럽 및 미국개봉에서도 평단 및 관객들의 환호를 얻어낸 게 아니겠나. 냉전시대의 비극을 시종일관 위트있게 풀어낸 것도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추천한다.

 

2011/09/14 21:31 2011/09/14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