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김용주 (예수가족교회)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고등학교 다닐 무렵 친구가 내게 물은 우스개 소리였다. 정답은,
1. 냉장고 문을 연다.
2. 코끼리를 넣는다.
3. 냉장고를 닫는다.
였다. 당시엔 웃겼는데 허무개그의 원조 격쯤 되는 농담이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난 때때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상상을 가끔씩 해보곤 한다.
한참 신학에 관심을 가지고 이 책, 저 책 두리번 거리던 내게 잡혔던 것 가운데 하나는, 존 힉(John Hick)의 "하느님은 많은 이름을 가졌다"였다. 흔히 기독교 전통 안에서 다종교적인 상황에 대한 인식으로 크게 3가지의 분류를 한다. 첫째는 배타주의(Exclusivism)이다. 이는 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리스도 외에는 구원이 없다"는 생각이다.
둘째는, 포괄주의(Inclusivism)이다. 이는 칼라너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카톨릭의 두 번째 바티칸 공의회(vatican Ⅱ)에서 받아들여진 입장으로, 모든 종교들은 바로 구약으로서 신약인 그리스도교를 향한 포장역할을 하며 동시에 그리스도교를 통해야만이 모든 종교들은 완성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다원주의(Pluralism)가 있다. 이는 타종교를 그리스도교 입장에서 배제하거나 환원시키지 말고 될 수 있으면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는 생각이며, 그 인정 위에 상호 간의 깊은 이해와 배움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존 힉은 마지막 입장인 다원주의에 속한다. 그는 미국 IVF에 소속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그 이후에 타 종교에 대한 연구를 거듭한 끝에 종교다원주의자적인 색깔을 갖게 된다. 그의 눈에 비추어진 기독교는 상당히 편협해 보이며 배타성이 짙은 공동체였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는 고등비평을 받아들인 불트만이, 기독교의 역사 중 신화와 같은 신비적인 이야기들은 배재시키려 했던 "기독교의 비신화화" 작업 이후에 많은 신학자들이 다른 종교들을 연구하면서 느꼈던 어떤 겸손함을 드러내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제3세계로 총칼을 앞세워 들어가서는 서구적인 방식을 강요했던 유럽의 역사 속에 기독교의 비참한 위상은 녹아 들어 있으며, 또한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말살된 자국의 문화와 주입된 서구문화 속에 그들의 종교도 자리잡고 있음을 종교다원주의자들은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어쩌면 그들의 다원주의를 인정하자는 항변은 단순히 진리를 무시하려는 태도라기 보다는 냉혹한 힘의 논리에서 받은 패배자들의 고통과 한에 대한 최소한의 자기 보호인지도 모른다. 또한, 이러한 문제들이 현대 선교의 중대한 context일 것이다.
하지만, 혹자의 말처럼 "진실되지 않은 위로는 또 하나의 고통을 안겨 줄 뿐"이다. 이들의 말처럼 종교는 그 정도로 다원주의적이지 않다. 그것은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 넣겠다는 철 지난 농담과 같다. 각각의 종교에서 핵심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core부분을 뽑아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코끼리의 팔과 다리를 어처구니 없는 크기로 냉장고에 쑤셔 넣으면서 잘려나가기도 하고 구부러져 부러지기도 한다. 코끼리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지만 종교다원주의자는 그것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냉장고에 들어간 코끼리를 보고 만족해 하는 종교다원주의자들도 또 하나의 폭력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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