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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조규찬 공연을 갔다.
아내가 회사일로 바쁜 중에 육아를 돕느라 수고한다고 하루 휴가를 준 셈.^^ 함께 육아로 뺑이치고 있는 상국이 형에게 연락하여 함께 토요일 저녁 대학로로 휴가를 떠났다. 상국이형과는 95년도에 처음 조규찬공연을 대학로 소극장에서 같이 본 적이 있다. 그 때는 리더-멤버의 관계라 지금처럼 친하지는 않았고 14년 동안 이렇게 관계를 유지하리라 생각도 못했었다. 생각해보면 형과의 관계는 정말 흥미롭다.
95년 전에 무얼 먹을지 몰라 대학로 골목을 2-3번이나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에는 분식집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 때 무슨 얘길 했던 것 같은데 이젠 기억이 잘 안나네. 아무튼. 2집 공연을 시작으로 3집 공연, 박학기 듀엣 공연 등 몇 차례가 우리는 같이 공연을 보았고 4년 전에는 결혼한 아내들과도 조규찬을 들었다.
어찌보면 조규찬은 좋아하는 가수이기도 했지만 나의 청년 시절의 발자욱 구석구석에 흔적이 남아 있는 추억거리다. 그도 결혼을 했고 아이가 생겼고 이제는 마흔이 가까워온다. 공연은 그의 음악 인생을 편한하게 풀어낸 것 같았다. 그가 좋아했던 영화들, 음악들이 같은 세대인 나에게도 그러했다. 그는 공연 중간에 간간이 자신이 쓴 글을 읽어주곤 했는데 그의 나이가 느껴지는 대목들이 많이 있었다.
'고려장'
그는 지금 음악인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고려장에 비유했다. 아직 건강한 아버지를 등에 지고 산으로 데려가는 힘쎈 아들로 인해 급하게 자신의 자리를 다음 세대로 넘겨주고 사라져야 하는. 벌써 스테이지에서 내려와 심사위원으로 교수로 강의나 하도록 밀어내고 있는 주변의 분위기를 이야기하는 그를 보면서 우리의 중년은 우리 아버지 세대보다 더 빨리 세상에서 떠밀려 나가는 느낌이 든다는 생각을 했다. 엔지니어인 나도 그런 생각을 하는데 10대부터 뜨고 20대 후반이면 퇴물취급받는 연예계에서 가수라는 직업의 그가 느끼는 '밀려남'의 강도는 더욱 가파를 것이다.
따뜻했던 그의 공연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겁고 또한 차분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 발은 마치 내 생각을 읽고 있다는 듯이 나를 움직였다. 내 몸의 변화만큼이나 내 머리와 감성들도 변해가는 걸까. 아니면 똑같이 느끼는 나를 세상이 먼저 다르게 바라보는 걸까. 그 순서가 어찌됐건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시간은 흘렀고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다. 아니, 아니어야 한다. 혹은 아니어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