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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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엉뚱하고도 냉정하게 들릴법한 이야기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의미에서..)

전업주부의 가치는 얼마일까. 지금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무상으로 일하는 아내의 비용을 산정해보자는 말이다. 아내가 아니고 어떤 여성을 고용했다 치자. 나는 아들이 있다고 치고. 집에 상주하면서 육아를 한다면, 아이의 세끼 식사와 목욕, 산책 같은 것을 시켜준다. 내 경우, 아침은 상관없지만 저녁은 차려주고 방청소와 내 옷 빨래, 장보기 등등을 저녁 10시까지 수행하고 잔다면 비용은 얼마가 들까. 일당 10만원? 15만원? 20? 일단 10만원으로 잡고 주말은 전혀 사람을 쓰지 않고 내가 모든 일을 한다고 치면 10만원X20일=200만원이 든다.

게다가 잠자리도 같이 한다. 이 대목에서 남편들은 '잠자리는 함께 즐기는 것'이라고 화를 낼 수 있다. 좋다. 좀 애매하긴 하지만 내가 원할 때 잠자리를 권하는 것과 동의했으나 상대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표현할 경우만 카운트하자. 이 비용은 어떨까. 아저씨들 단란주점 2차 비용 정도로 산정하면 될까. 나는 시세를 잘 모르니 대략 매달 100만원 정도 든다고 치자.

내가 생판 모르는 여성을 고용해서 내 아내 수준의 '일거리'를 요청한다면 최소 300만원 이상은 매달 지급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관리비, 생활비 등등이 따로 나가야 하고 주말에 출근을 하거나 일이 있어서 하루이틀 더 써야 한다면 아마 월 350~400만원 선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내 생각에 이런 고비용의 인력을 실비로 사용하면서 돈벌어다 준다고 생색도 내고 육아를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게 하고 (직장에서 임신했다고 알아서 눈치주고 해고시키기도 하지만) 집에서 니가 하는게 뭐냐고 호통치기 일쑤이나 바로 그 만만한 아내가 하는 노동은 최소 월 300만원 이상의 노동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게다가 남자에게 직장그만두고 같은 일을 시킨다면, 그는아마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눈치를 보거나 심한 굴욕감에 그보다 적은 보수를 받는다 해도 분명 직장생활을 선택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런거다. 고비용의 노동을 거의 무상으로 공급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남들이 특히 남성들이 꺼려하는 저계급의 일을 한다는 점에서 '아내라는 직업'은 통계치가 이야기하듯 여성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게 당연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 남성들이 하도 그 얘기를 못알아듣는 거 같아서 '남성들의 언어'로 한번 계산해봤다.

그리고 내가 제안하고 싶은 건 이거다. 월급을 받으면 급여로 아내에게 합당한 비용을 지불해라. 그 후에 교육비, 생활비 등 가정에 필요한 돈을 논의하자. 분명 당신은 자동차를 사거나 아이패드, 갤럭시탭을 지를 때 아내에게 돈을 빌리거나 아내에게 고비용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주말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야 취미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2011/09/28 01:02 2011/09/28 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