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꼭 보고 싶었는데 조조시간이 안 맞아서 명동까지 올라와서 봤다.
덕분에 명동칼국수도 오랜만에 먹고.
예상대로 영화를 보다가 또 울었다. (왠지 울거 같았다...)
별로 슬픈 장면은 아니었는데 뭔가 내 마음을 건드리는 대목이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면서 주변에서 평들이 하도 많아서 공통적인 부분은 뻬고 이야기한다면,
나이가 들면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크게 다가오는 걸 느꼈다.
예전 같으면 누군가의 결단, 용기, 실천 같은 인물 중심의 행보에 관심이 갔다면 요즘은 '조직', '시스템'이 더 눈에 들어왔다.
보스톤의 가톨릭 교회 안에서, 성직자들의 아동성추행 사건을 다루는 방식.
거대 조직 내에 만연한 잘못을 해결하는 암묵적 시스템.
신임 편집장이 언급하기 전까지는 기성 시스템이 발견해내지 못한 이 사건.
기성 조직의 관성이 배제된 지시사항. 하지만 관성대로 진행된 업무방식이 만들어낸 엄청난 분량의 심층 취재.
조직은, 공동체는 어떻게 관성을 갖게 되는가, 관성을 깨게 되는가.
제대로 된 관성이 어떻게 훌륭한 결과를 가져오는가, 제대로 되지 않은 관성은 어떻게 파행으로 치닫게 되는가.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주말 내내 영화 때문에 맴도는 생각들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
최근, 무슬림 관련 역사책을 파다가 십자군에 의해 멸망하는 비잔티움 제국 이야기에도 꽂혔다. 왜 이 사건이 나를 뭉클하게 만드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무튼. 최근 마음 속이 유리 같다. 세게 치면 부서질 것 같은. 요즘 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