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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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F학사회 새 팟캐스트, <요람에서 취업까지>

#1.
저는 일곱 살 아이의 아빠입니다. 하루는 저녁에 아내가 말하길, 아이가 친구네 집에서 놀고 있었는데 오후시간이 되자 학습지 선생님이 친구와 그 동생을 가르치러 왔답니다. 친구는 아이와 같은 일곱 살이고 그 동생은 다섯 살입니다. 친구는 학습지를 두 개나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그날 풍경을 제게 전해주는데 뭐랄까요, 제 마음이 참 애매하더군요. 우리 아이는 친구가 학습지 선생님의 공부 지도가 끝나기를 멍하게 기다렸답니다. 그 주변을 기웃거리며 무슨 공부를 하는지 어깨너머로 한동안을 지켜보던 모습을 아내가 이야기하는데 순간적으로 제가 아이를 지진아로 만들고 있는 부모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유아기 혹은 미취학 자녀의 선행학습에 부정적이었던 저였기에, 그날 제가 느꼈던 독특한 감정은 꽤나 묘한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알고 보니 동네의 많은 아이들이 이미 다섯 살 때부터 학습지를 하고 있었고, 우리 아이가 유치원 외에 어떤 공부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네 엄마들은 아내에게 왜 아이에게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느냐, 지금 이러이러한 것들은 하나씩 시켜야 한다고, 부드럽고도 걱정스러운 어조로 '협박'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그 애정 어린 충고에서 화제를 바꾸기 위해 매일 한두 시간 이상 자신의 자녀 교육'관'을 변호해야 했답니다.

#2.
이 일을 통해 제가 스스로 흥미롭게 지켜본 지점은 잘 놀고 있는 제 아이를 향한 근거 없는 '불안'이었습니다. 자녀교육에 관한 한 저도 아내와 함께 많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름의 생각을 정리했지만, 아이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자녀교육에 관한 소소한 '신호'들로 인해 나의 신념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어떤 면에서는, 학습지를 통한 가벼운 선행학습이나 영어책 읽는 습관 같은 건 아이가 적절한 시기에 흥미를 잃지 않게 도와줄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아이의 발달단계에 걸맞은 적절한 지적 자극에 관한 객관적인 이야기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아닌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쉽게 말해 대한민국 대부분의 부모들이 육아와 자녀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마치 아이돌 그룹의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데, 너무 막연한 '디스전' 밖에는 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했다고나 할까요.

다행히도 제가 이런 고민을 시작하게 된 작년과 올해는 상당히 좋은 여건이 받쳐주었습니다. 국내에서는 2008년부터 시작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각종 모임과 강연, 양질의 콘텐츠로 이제는 그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국외로 본다면 프랑스 부모, 유대인 부모, 스웨덴을 넘어 덴마크 교육에 이르기까지, 선진국의 교육열 중에서 배울 점들이 잘 정리된 책으로 번역되어 이제는 출판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2009년부터 줄곧 한국교육을 예찬한 오바마 대통령 덕에 북미에서도 의미 있는 교육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또한 뇌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우리가 뇌를 통해 지식과 지혜를 습득하는 과정을 보다 명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3.
이 두 가지가 잘 어우러져 올해 하반기부터 IVF학사회의 새 팟캐스트 <요람에서 취업까지>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두둥! 낚이셨나요) 이 방송은 부모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감정육아‘, '회복탄성력', '자기주도학습', '기적의 대화법' 등등 육아, 자녀교육서에 등장하는 단어들, 교육법들에 압도되지 말고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수다 떨듯이 가볍게 때론 치열하게 이야기를 나누자는 의도로 기획했습니다. 덮어놓고 삿대질을 하거나 담론에 끌려다니지 말고 이슈와 개념 하나하나를 제대로 바라보고 메타비평도 해보자는 취지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결혼을 하고 어느덧 내 앞에 나타난 아이의 '요람'에서 '취업'까지를 걱정하게 되는 대한민국 부모로서 털어낼 수 없는 '불안'을 함께 나눠볼 생각입니다.

팟캐스트의 출연자들은 의도적으로 비전문적인 평범한 엄마, 아빠를 모셨고요. 그분들 모두가 다양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내시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학사님들도 출퇴근길이나 육아, 가사 일을 하는 동안 저희들의 수다 대열에 참여하셔서, 스스로 자신만의 육아, 자녀교육법을 고민하고 찾아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자자, 각설하고 많이 기대해 주세요! 제발~ ^^


*IVF <소리>지 2015. 08/09월호 기고글.
2015/08/08 23:11 2015/08/08 2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