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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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정현 목사와 작금의 사랑의교회 문제의 모든 책임이 원래 옥한흠 목사에게 있었다는 논지에 동의할 수 없다. 어떤 시련과 문제가 있을 때 부수고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 변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

신사참배 문제로 나뉜 한국의 기독교 교파나, 흔히 로이드존스와 존스토트의 WCC에 대한 입장 차로 구분되는 복음주의의 분열에서 어느 쪽을 선택했다고 해서 반대쪽을 완전히 부정하는 입장에 나는 반대한다.

사랑의교회의 양적 성장에 대해 옥한흠 목사는 교회로 온 성도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거나 교회를 몇 개로 쪼갤 마음을 먹지 못했다. 그것도 어찌보면 성도들에 대한 그의 애정과 걱정에 기인했다.

그는 일찍 은퇴했고 대형교회 세습 문제를 조기에 털기 위해 일찍 오정현 목사를 세웠고, 오정현 목사가 후임이 된 후 교회 문제에 관여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오정현 목사의 과는 모두 자기가 그 원인이라고 서슴없이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한 사람을 평가할 때 나는 무엇보다 그의 '애티튜드'를 본다. 많은 사람들이 말과 글과 논리와 당위로서 어떤 대상을 비판하지만 그 사람이 되어보고 그 사람의 고충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는 어떤 삿대질이 나는 싫다. 그가 교회를 향해 분투하고 괴로워했던 많은 시간들을 그저 '어쨌거나 그의 책임'으로 돌리는 그 명료함이 싫다.

내가 기독교를 진리로 믿으면서까지 냉정한 결과주의적 목소리를 받아들여야 하나. 결과적으로 옥한흠과 오정현이 사랑의교회를 망치지 않았냐고 말하는 대목에서 나는 좌절한다. 정녕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저, 나는 그 두 사람의 애티튜드가 극단적으로 갈렸다고만 말하고 싶다.

결과적으로 내 삶도 별볼일 없이 끝날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신앙적으로 많은 실패와 실망감을 사람들에게 안겨줄 것이다. 굳이 내 삶을 스토킹하지 않아도 된다. 몸부림치던 사람의 죽음 앞에서 쉽게 결과만을 재확인시켜줄 많은 이들과 나는 삶을 공유하고 싶지 않다. 부디 내 곁에서도 떠나주길 바란다.
2013/02/04 22:26 2013/02/04 2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