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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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복음과상황>의 10년이 넘은 필진이자 독자로서 그리고 편집위원의 입장에서 사죄를 구합니다.

<복음과상황>은 91년 창간된 이래 오랫동안 재정적 어려움을 면치 못했고 제가 필진과 독자모임 대표로 참여하게된 1999년 이후부터도 계속된 부채의 누적을 겪었으나 발행인과 이사회가 이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였습니다. 한때 복상독자모임에 참여하던 시절 독자들의 후원금을 모아서 이사회에 전달하는 이벤트를 한 일도 있었으며 급기야 2005년에는 폐간 위기에 처하여 보다못한 <뉴스앤조이>측에서 복상을 살리기 위해 자기 종이신문을 폐간하고 오프 매체 통합을 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 시기에 적자 누적으로 편집부와 출판디자인 업체 등등이 금전적 큰 피해를 입었음을 기억합니다. 당시 편집부는 1년 가량 급여를 받지 못했고 업체도 상당한 돈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뉴스앤조이>는 <복음과상황>을 살리기 위해 재정적인 피해를 입었으면서도 복음과상황이라는 '개념잡지'를 먹으려 한다는 오명까지 뒤집어쓰는 굴욕을 당한 바 있습니다. 물론 두레선교회나 학복협, 우창록 변호사 개인의 금전 지원을 희석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개신교계에서 복상을 자랑하고 복상에 발을 담그고 있던 구름같이 허다한 목회자 어른들이 잡지에 이름을 걸고 겉으로는 이 매체를 칭송하고 이 매체를 통해 드러냈던 거대담론들의 비판 이면에는 급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열악한 환경의 악독 기업의 얼굴이 숨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제 글은 이 문제를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지강유철님의 지적에 대한 제 개인적인, 그러나 편집위원의 자격으로 쓰는 글입니다. 저는 신입 편집위원이며 이런 글을 쓸 자격 운운하시면 그에 떳떳하게 답할 자신은 없습니다. 허나 예전에는 저도 함께 잡지를 비판하는 입장에 설 수 있었지만 잡지를 만드는 멤버가 된 지금은 마냥 뒷짐지고 뒷담화로 삿대질만 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음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저는 <복음과상황>의 재정 적자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해당 편집부시절 실무진과 출판업체 및 뉴스앤조이 등 관련된 분들에게 사죄를 구합니다. 또한 매체의 '논조'는 진보적이고 원론적이고 복음주의적이었으나 매체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였음을 복상 독자들에게 사죄합니다. 무엇보다 기독교라는 간판을 걸고 예수와 하나님의 이름마저 불경하게 만든 죄에 용서를 구합니다.

또한 이 모든 것을 함께 겪었지만 독자모임 이후로 이 문제를 공론화 하고 해소하려는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편집위원이 된 저의 이중적 태도에도 용서를 구합니다. 잡지는 내용으로 말해야 하겠지만, 잡지를 만드는 이들의 현장 또한 개혁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잡지가 좋아지는 것 만을 목표로 삼고 그것에 안주하지 않겠습니다. 거듭 사죄를 구합니다. 그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2012년 1월 4일.

<복음과상황> 편집위원 김용주.
2012/01/04 21:35 2012/01/04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