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상황] 과거를 돌아볼 줄 아는 것이 삶에 유익입니다 (2001. 3.)
/ 김용주
"이제까지 어떻게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우리의 정체성은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어."
새로운 학기를 맞으면서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후배가 던져놓은 화두였습니다. 매해 연말이면 '망년회(ØIO´ua)'를 통해 지난 해의 과오들은 잊고 다가올 새 해에는 다시 새로운 각오로 삶에 임하자는 생각은,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우리의 보편적인 생각이며 이러한 '각오'는 1월과 2월 동안에도 신정과 구정이라는 두 번의 기회를 통해 다시 새롭게 다질 수 있음을 봅니다.
게다가 지난 한 해 동안의 삶을 돌아볼 때 다시 떠올리기 힘들었던, 그렇게 유난히도 어려웠던 시간들을 보낸 이들에게는 더더욱 과거란 잊고 싶은 하나의 단어인지도 모릅니다. 또한 그것이 단지 한 해의 일이 아닌, 그리고 자신 뿐만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과 그들이 속한 공동체에게도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지루하고 건조하기만 했던 시간의 연장이었다면 그들에게 있어서의 과거란 미래를 설계하고 보다 긍정적인 관점을 갖게 하는데 큰 장애물이 될 것임에 분명합니다. 후배의 말을 들으며 그러한 과거들을 돌아볼 때 일면으로는 그가 그렇게 이야기하게 되는 사정을 이해할 만도 하였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생각 자체만으로 다가올 삶을 준비한다는 것은 또 다른 잘못이며 비극임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것은 실패한 과거를 인정하지 않음이며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함은, 똑같은 문제에 부딫혔을 때 회피하게 되거나 동일하게 뼈 아픈 과거를 반복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것은 비단 한 개인의 일생에서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나아가 한 국가의 역사를 통해 나타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은 "역사를 무시하지 않는 사람들은 오류를 반복하는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설령 그것이 승리와 커다란 업적을 쌓은 기억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낙담케 하고 절망 가운데로 몰아넣었던 쓰디쓴 기억이라 할 지라도 그 과거의 기억들을 무시하지 않고 도리어 직시하고, 고민하고, 항상 기억하며 살아갈 때만이 그 길고 긴 저주의 사슬을 끊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는 중요하며 역사는 항상 고려되어야 함을 기억해 봅니다.
우리는 창조주가 당신의 규칙대로 세상을 내던진 것이 아니라 친히 역사를 주관하심을 신뢰하며 우리 자신의 삶에 그리고 우리가 속한 사회의 삶과 나아가 온 세상의 역사를 통해 그분이 이끌어오신 손길들을 되짚어 보며, 또한 그것을 통해 과거를 돌아보며 앞으로도 동일하게 은혜로운 방법으로 인도하실 그 분의 손길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 Posted
- Filed under 기고글 모음/세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