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무생각없이 버스를 탔는데 타고 보니 충전 카드 잔액 부족... 그것도 몇 백원 정도 모자라는 상황. 지갑을 보니 만원짜리뿐. 기사님에게 양해를 구하니 다시 기사님이 동전으로 받아도 되겠냐고 내게 양해를 구함. 네.. 라고 말하자마자 쏟아지는 칠십여개의 백원짜리를 받느라 지대로 민폐캐릭 등극...ㅠㅠㅠㅠㅠㅠ
연애도 2년 이상 해본 적 없는 나는 결혼을 했고 그 결혼이 5년이 지나고 7년, 10년, 12년이 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긴 시간동안 함께 지내야 하는지 몰랐다. 알았지만 그 시간의 길이를 가늠하진 않았던 것 같다.
7년 즈음, 우리는 더이상 2005년의 두 사람이 아니란 깨달음에 놀라기도 했고 자주 다투기도 했다. 뒤늦게 시작된 각자 자기만의 이슈에 침잠해 있기도 했고 가사, 육아, 그리고 서로에 대한 호불호를 토로하기도 했다.
7년 즈음, 나는 우리가 정말 이혼이라도 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아내는 이혼이 두려운 게 아니라 우리 중에 내가 뒤로 물러서는 게, 조금씩 멀어지는 게 '우리'로 살아가지만 '우리'가 아닌 상황을 더 걱정했다.
12년이 된 지금. 나는, 이혼이 두렵지 않게 됐다. 부모가 내게 남겨준 두려움.. 아내와 더이상 '우리'가 아닐 때까지 행복하게 살다가 더이상 우리일 수 없을 때 '나'와 '너'로 존재할 수 있기를. 두려움을 은폐하고 일상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로서 주어진 시간을 더 잘 누리자, 생각하게 됐다.
12년이 된 지금. 나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 더이상은 '내가 더 노력할게'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임을 인정하게 됐다. 그간 살면서 나는, 아끼는 타자들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사람이었다. 한번도 도저히 안 되겠어, 라고 말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물론 나란 존재로서는 더이상 좋아질 수 없는 영역들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여전히 힘들다. 12년은 여전히 짧다.
농담처럼 극적으로 결혼 1년 연장 타결이 됐다고 말했지만, 다음 1년 동안, 아내와 보낼 행복한 삶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는 40년을 살고도 다시 40년을 더 살 가능성이 높아졌고 12년의 세 배 이상의 시간이 남았지만.. 결혼상태의 '유지'가 아니라, '지금' 행복에 더 많은 가치를 둔다면 적어도 두렵거나 후회는 없는 세월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제 직장 성희롱 관련 팟캐스트를 하다가 왜 최근에 아재개그가 유행하게 됐는지에 대해 깨달은 사실이 있다. 그동안 모든 직장, 사업장 등등 남성들 중심의 공간에서 모든 농담은 성희롱에 해당하는 음담패설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페미니즘의 약진이 있었고 성희롱 교육이 퍼지면서 직장에서 언어적 성희롱은 처벌이 가능하게 되었고 그렇게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회식자리에서 왁자지껄하게 음담패설로 웃길 수가 없게 됐다. 갑자기 웃음의 소재가 고갈되자 우리 아재들은 당장 매우 저급한 유머만 급한대로 주절되게 되었다. 아.재.개.그. 한번도 고차원 개그를 위해 머리를 쓰지 않고 음담패설에 의존해온 종족의 일시적 퇴행현상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