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Posted
Filed under 단문모음/단상
연애도 2년 이상 해본 적 없는 나는 결혼을 했고
그 결혼이 5년이 지나고 7년, 10년, 12년이 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긴 시간동안 함께 지내야 하는지 몰랐다.
알았지만 그 시간의 길이를 가늠하진 않았던 것 같다.

7년 즈음, 우리는 
더이상 2005년의 두 사람이 아니란 깨달음에 
놀라기도 했고 자주 다투기도 했다.
뒤늦게 시작된 각자 자기만의 이슈에 침잠해 있기도 했고
가사, 육아, 그리고 서로에 대한 호불호를 토로하기도 했다.

7년 즈음, 나는
우리가 정말 이혼이라도 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아내는 이혼이 두려운 게 아니라 
우리 중에 내가 뒤로 물러서는 게, 조금씩 멀어지는 게
'우리'로 살아가지만 '우리'가 아닌 상황을 더 걱정했다.

12년이 된 지금. 나는,
이혼이 두렵지 않게 됐다. 부모가 내게 남겨준 두려움..
아내와 더이상 '우리'가 아닐 때까지 행복하게 살다가
더이상 우리일 수 없을 때 '나'와 '너'로 존재할 수 있기를.
두려움을 은폐하고 일상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로서 주어진 시간을 더 잘 누리자, 생각하게 됐다.

12년이 된 지금. 나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 더이상은 '내가 더 노력할게'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임을 인정하게 됐다.
그간 살면서 나는, 
아끼는 타자들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사람이었다.
한번도 도저히 안 되겠어, 라고 말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물론 나란 존재로서는 더이상 좋아질 수 없는 영역들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여전히 힘들다. 12년은 여전히 짧다.

농담처럼 극적으로 결혼 1년 연장 타결이 됐다고 말했지만,
다음 1년 동안, 아내와 보낼 행복한 삶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는 40년을 살고도 다시 40년을 더 살 가능성이 높아졌고
12년의 세 배 이상의 시간이 남았지만..
결혼상태의 '유지'가 아니라, '지금' 행복에 더 많은 가치를 둔다면
적어도 두렵거나 후회는 없는 세월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2017. 9. 24
2017/09/24 22:58 2017/09/24 2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