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Posted
Filed under 단문모음/단상
오늘 택시를 탔다.
라디오에서 날씨에 걸맞게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이 흘러나왔다.
음악에 한참 젖어드는데 내릴 때가 됐다.
근데 아저씨가 목적지를 지나쳐서 계속 달리신다.

나: 아저씨 저 여기 내려야 하는데...
아저씨: 아... 죄송합니다. 노래듣다가 정신을...
나: 네. 여기 그냥 세워주세요.
아저씨: 네.
...
나: 노래가 참 좋죠?
아저씨: 웃음.
...
목적지를 한참 지나쳤지만 나는 다시 돌아가자고 하고 싶지 않았다.
몇백원의 거스름 돈도 받지 않았다. 그저 아저씨와 노래를 조금더 듣다가 내렸다.
적당히 젖어있는 감상에서 깨고 싶지 않았다.

삶의 묘미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 많은 당위적 행동들 가운데에서도,
틈틈이 흘러나오는 '비처럼 음악처럼'을 곁에 있는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것이 아닐까.
오늘 내 생각은 그렇다.
2013/04/07 23:00 2013/04/07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