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지만 설계만큼 기본에 충실해야하는 일이 또 있을까. 신기술이 적용된 부품, 최고의 디자인, 성능 개선품, 다 좋지만 기본 갭을 확보하지 못한 부품은 자동차 안에서 부품간 간섭을 일으키거나 고온의 엔진룸 안에서 열변형을 일으켜 부품으로써의 제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특히 내가 설계하는 부품은 차량 진동소음에 지대한 영향을 주므로 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부품을 만들었다 해도 부품 간 간섭이 일어나면 무용지물에 차량이상진동의 주원인이 된다. 또한 부품 설계단계전에 측정하는 엔진의 중량, 무게중심좌표와 같이 기본적으로 측정하는 데이터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으면 오차가 있는 데이터에서 최적 설계를 해본들 실차에서의 성능과는 더욱 멀어질 뿐이다.
요즘처럼 한끝 차이에서 명품이 구별되는 시대에 배워야 할 기술도 많고 알아야할 트렌드도 많지만 실제로 손에 잡히는 물건을 만들면서 느끼는 건 기본이 엉망인 물건 위에 아무리 새로운 어떤 걸 입혀도 소용이 없더라는 거다.
어떨 때는 설계를 하면서 문득 내 인격이나 내 인생을 전체를 돌아보게 된다. 허공에 떠도는 이상적 사고를 많이 하는 내게, 부품 설계업무는 엄한 인생 선생같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