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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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과상황] "낮아진다는 것..." (2000. 5.)
/ 김용주


요사이 많이 분주한 편입니다. 우리 기관에 새로운 기관장이 부임했기 때문입니다. 기관장이 묵을 "관사"를 삼일 째 수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속실은 새로운 기관장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합니다. 청의 깨끗한 이미지를 보이기 위해 많은 부서들도 근무 외에 많은 시간을 환경 정리에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기관 앞에는 항상 경구를 앞에 써 붙이곤 합니다. 청소를 하다가 문득 눈 앞에 커다랗게 쓰여있는 글을 발견했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하라!"

마치 얼핏 보면 성경의 한 구절과도 같은 이 말은 나로 하여금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였습니다. 이 말에 새겨진 그릇된 가치관을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한 숨을 쉬게 됩니다.

'이 말은 많은 관료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이 말의 이면에는, 종국에는 군림을 하려는, 평안과 향락이라는 삶의 목표를 위해 지금은 고생하라는 그릇된 논리가 숨어있음을 발견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끊임없는 노력과 낮은 자로의 삶이 그 자체로서가 목적이 아닌, 더 형이하학적이고 소인배적인 이기를 위한 권력사용의 수단임을 말하고 있는 이 시대의 그릇된 경구가 나를 몹시 우울하게 만들었습니다.

항상 가장 낮은 곳에 있어야 함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자리는 결코 높을 곳을 오르기 위한 발판도 아니요, 하나의 수단으로서의 가치 뿐인 곳도 아닙니다. 낮은 자로의 삶. 항상 낮은 자리에 있음으로 주변의 어려움을 읽어낼 줄 알며 그 어려움을 함께 짊어지려는 "더불어 삶"을 위한 낮아짐이 우리 삶의 진정한 가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막 노동을 해 본 사람만이 그 일의 어려움을 알며, 집안 일을 도와주는 가장만이 아내의 수고를 아는 법인 것 같습니다. 또한 주변의 어려움을 아는 이들만이 진정 서로를 위한 작지만 소중한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나의 삶도 더 높은 고지를 바라보며 주변의 인간 관계를 "수단화"하는 것이 아닌, 권력 지향적이며 목표 중심, 업적의 성취 중심으로써의 삶이 아닌, 내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아파하고 더불어 웃을 수 있는 삶을, 나의 직업과 나의 성취한 일련의 업적들이 모두 그들에게 환원될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 더 친밀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관계론"적 삶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2000/05/01 00:55 2000/05/01 0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