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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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는 글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물론 여전히 애착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허나 과거의 나를 돌아보면
 내가 썼던 글들에 대한 집착, 애착이 심했다.

누구나가 그렇겠지만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노력도 많이 했고 쓴 글은 거의 대부분 PC나
 블로그에 정리해두곤 했다.
그리고 자주 글로 사람을 평가했다.
서로 비교를 일삼기도 했고 글의 수준이 높지
않은 경우에는 마치 글과 사람을 동일시하기도 했다.

물론.
머리로는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신영복 교수가 어떤 강연에서 했던 말씀처럼
 집을 짓는 목수는 그림을 그릴 때 지붕의 기와부터
 그리지 않고 주춧돌부터 그리는 것을 보고
 소위 지식만을 쌓은 자신과 같은 백면서생들의 문제를
 감옥에서 충격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는 일화들.

한국의 많은 교회들,
유독 많은 신학교와 넘쳐나는 신앙 양서들.
그것들을 소비하고 더 정화된 더 날카로운 지성.
거품을 걷어낸, 지나친 신비주의나 지나친 개인주의,
물질주의, 사회와 격리된 신앙을 경계하는 양질의 설교들.
그 정교하고도 옮은 말들, 글들.

그것들의 홍수 속에서도 한국교회는 침몰해가고.
많은 논객과 글쟁이들의 담론 속에서도 사회는 후퇴한다.
물론 그것이 그들의 탓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말과 글의 힘을
 담론의 힘을 너무 맹신했거나 우상시했던 건 아닐까.

글이나 말로 사람을 판단하는 습속을 버리면서
 나는 이전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많이 발견한다.
이 어둡고 막막한 세상속에서도 여전히 가슴뭉클하고
 애정을 갖고 싶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을 대하고 판단했던 내 작은 우주가 허물어지는 느낌.
아마 내가 아니라면 누구도 이 느낌을
전적으로 이해하진 못하겠지만.

어떤 정서가 생겼다.
내가 애지중지하던 글과 말들에 대한 과했던 어떤 애착.
그것을 자제하려는 노력을 넘어선 심드렁함...
어느덧... 부지불식간에 내게 그런 정서가 생겼다.
물론 부지불식간이라고 하기엔
 기억나는 몇몇 사건들과 몇몇 사람들이 있다.
내 우상들이 무너져 내리게 만든 따뜻하고 성실한 인격들이.

2014/07/28 23:48 2014/07/28 2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