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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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정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목사라는 집단에게 창조진화나 동성애, 나아가 사회구조나 우리나라의 역사, 기술의 폐해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물어보거나 답을 들으려 애쓰지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가끔 교수가 신문에 칼럼을 쓸 때도 느끼는데 특정 분야의 좁은 전문지식을 가진 교수가 역사나 정치 이슈, 사회 전반적인 이야기를 할 때도 느끼는 당혹감, 주관적인 논지, 감정적 스타일이 존재하는데 목사들에게는 이 모든 것에 더해서 '하나님의 뜻'까지 버무려서 말할 특권을 주는 건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

사실 나는 초중고 시절에 배운 세계사와 국사 외에 몇백권에 달하는 역사책과 특정 학자들의 역사관과 그들의 입장에 대해 검토하고 나서야 지금의 내 스탠스를 정했고 ...그 안에서 내 신앙과의 연관성을 찾고 있다. 사실 그 스탠스 마저도 나는 확정적이지는 않은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과거와 달리 권력이 다양화, 음성화, 고도화된 사회에서 특정 사안과 특정 분야에서 어떤 입장을 견지하고 나아가 대안을 내세울 때 물리적으로 많은 분석과 정교한 논리, 인간에 대한 애정과 고민이 요구된다. 부끄럽게도 학문적으로 충실하지 않은 비전문적 종교인들이 '베지밀반, 분유반'을 적당히 섞어서 대충 그럴 듯하게 설교를 먹이려는 경향을 자주 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도들은 여전히 목사들에게서 어떤 해답을 들으려고 턱을 괴고 앉아 있는 형국이다.

한때 한국사회는 목사로 대변되는 교계 지도자들이 사회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정교 분리를 투철하게 지키며 개인의 영혼 구원에만 집중해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사안이 명확한 상황에서도 침묵하거나 중립을 지키려는 입장이 만연했고 그 안에서 우리는 복음전도와 사회참여의 양립가능성을 타진해야 했다.

물론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서 공적신앙에 대한 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허나 여기서도 잠재된 문제는 작금의 목사들로 대변되는 비전문 종교인들이 너도나도 나라를 걱정하며 해대는 아마추어 사회비평에 피로감이 몰려와 몸살이 날 지경이다.

학부에서 신학을 공부한 사람이 어줍잖게 성경구절 몇개로 정치, 사회, 역사, 퀴어담론 등을 끼고 싶다면, 되도록 자기 하고 싶은 말을 신앙적인 표현에 버무려서 자기 영향력 아래 있는 성도들을 구워삶을 생각을 버리고 신학공부 하듯 제대로 성실하게 논지를 전개할 필요(책임)이 있다.

최소한 두 세 마디를 말하더라도 그 전후 논리가 좀 매칭이 되는 수준은 되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정말 신앙과 논리의 비약, 그 널뛰기에 현기증이 날때가 많다. 약사와 의사가 다르듯 목사라는 존재에게도 너무 많은 '짐'을 지워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목사의 구원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그 짐을 걸거나 나눠질 필요가 있는 듯 하다...



첨언하며)
전문가 집단에게만 전문분야에 권위를 주어 담론을 말할 수 있게하는, 이른바 엘리트주의적 접근에는 당연히 반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전문가집단을 옹호하는 토마스쿤보다는 아나키스트적인 파이어아벤트에 가까운 입장이다.

내가 목사의 비전문성을 비판하는 근저에는 비전문가의 입을 막고 싶다기보다는 비전문가에게 너무 많은 언로를 주고 그 입장에 과한 의미부여를 하는 행태에 방점을 찍고 싶은 마음이다. 비전문가가 더 냉철하고도 깊이있는 통찰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목사 특유의 아우라는 벗었으면 좋겠다는거다.
2014/07/02 23:05 2014/07/02 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