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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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또 하나의 떠다니는 생각 중 하나는 최근 김보성과 비락식혜로 불거진 '의리'에 대한 것이다.

대체로 나와 정치적 성향을 공유하는 많은 이들은 '우리가 남이가'라는 이른바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인맥 사회구조에 질색했다. 지식인, 지성인이라면 혈연, 학연과 같은 조직논리와는 구별되게 언제든 정화를 위한 내부 고발도 결단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으로 치부됐다. (실상 삶은 그렇게 단순하진 않았지만)

내 기억으로 '의리'가 전면에 부상하고 그것이 어색하지 않게 된 시점은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김어준의 의리(그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것으로 비롯된 나꼼수의 진영정체성이었다.(난 사실상 나꼼수가 박원순시장을 만들었다고 본다) 그 시점부터 곽노현 교육감 이슈 등에서 논리 이면에 숨겨진 더 큰 음모론을 까발리고 진영 사이에서 의리를 지켜내는 것이 어색하지도 않고 나아가 진보진영에서도 권장되는 조직, 공동체의 미덕으로 여겨지는 상황.

곽노현 교육감의 사건 때만 해도 그의 편을 드는 지점에 찬반이 분분했다. 하지만 이제는 김보성의 의리 광고를 정서적으로 불편함 없이 즐긴다.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 지점에서도 풀어야 할 매듭이 나는 조금 있다고 본다. 이것도 언제가 썰을... (이렇게 대충 막 써대는 건, 하루 지나면 막 다 까먹어서. 나중에 기억 안 날까봐서다.ㅠㅠ)


#2.
주변에 몸도 마음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자제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갈등도 사실 많이 커졌다. 특히 페북에서는 웃는 일, 노는 일, 먹는 일 등 그 순간순간 일어난 일들이 타임라인으로 정리된 내 페이지와 댓글을 볼 때마다 만감이 교차한다. 사회참여나 운동, 정치적 입장, 이슈에 대해서는 양립가능하다는 나름의 원칙이 있지만...

지인이 힘든 상황에 있을 때 그들이 속한 공간에서 나는 흔쾌히 농담을 하고 즐거워할 수 없음을 알았다. 그래야 하는 게 아니라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것을. 오히려 곁에 있다면 난 가만히 웃거나 시덥잖은 농담을 위로삼아 말할 수 있겠지만... 기쁜 일보다는 슬프고 우울한 일이 많은 요즘. 이대로 지속된다면 아마도 조만간 난 페북을 접을 지도 모르겠다.

삶의 모든 영억이 잿빛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떤 일로 그런 가운데 있거나 계속 어둠 속을 헤매는 분들이 참 많다. 구원은 언제일까. 그 날이 속히 오면 나는 더 행복하게 sns를 할 수 있을텐데..하는 생각이 간절한 오후.


#3.
우리에게 어른세대는 '힘'을 가진 세대였다. 그래서 우리세대는 힘을 통한 군대식 상명하복에 피로감을 느낀다. 반면 우리세대는 합리적 논쟁, 즉 '말'을 가진 세대였다. 아마도 우리 아래세대는 불행히도 우리의 말에 피로감을 느끼게 될 것같다.

2014/06/25 21:13 2014/06/25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