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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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 부모도 성장한다는 옛말이 맞나보다. 성하를 키우면서 스스로도 이전보다 더 많이 나에 대해 알아간다. 좋은 의미가 아니라 조금은 부정적인 의미에서 그렇다. 청년시절 스스로가 가졌던 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들은 결혼하고 아내와 살면서 한번 무너졌고, 육아를 하면서 또한번 무너졌다.

한편으로 내 부모에 대한 생각도 많이 든다. 난 스무살이 넘고부터 항시 나의 부모를 한계가 있는 부족한 인격으로 받아들였다. 그것이 내가 부모를 대하는 좋은 영향을 준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내 부모를 과소평가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성하를 키우면서 옷을 입고 몸을 씻고 밥을 먹고, 배설을 하는 모든 일에 있어 전적으로 아내와 나에게 의존하는 아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나또한 한때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했고 그 의존은 요람에서 시작되어 내가 대학을 들어가서도, 아니 결혼하기 직전까지도 계속되었다. 어찌됐건 내 부모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나란 존재에 대한 공급을 멈추지 않았다.

난 살면서 매순간은 아니지만 삶의 상당 부분에서 스스로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부모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나는 스스로를 준-자수성가한 사람처럼 여겼고 그런 뉘앙스로 주변 사람들에게 고백도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애써 무시하진 않았겠지만- 자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나를 둘러싼 환경들, 특히 태어나서 장성하기까지 부모로부터 받은 공급과 그 안전한 울타리에 대해 내 평가는 너무 인색했던 것 같다.

가끔 나는 그런 상상을 한다. 아내나 내가 힘들게 성하를 보살피다가 어느날 그 아이에게도 사춘기가 찾아오고 자아가 확장되는 시기에 '아빠는 너무 답답해', '아빠는 내 인생을 너무 쥐고 흔들려고 해', '아빠가 나에게 해준 게 뭐 있어?'라고 말한다면 나는 너무 화가 날 것 같다. 이제 세살인 이 아이에게 해준 게 뭐 있다고... 벌써 그런 상상을 하면 마음이 지옥같다.

어쩌면... 부모가 아이와 같이 성장한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 내 부모와 나, 나와 내 아이의 역학관계에서 자신을 반추하고 미래의 어느날 아이가 자신의 날개를 가지고 자아를 더 넓게 확장하려는 순간에. 설령 그가 자신의 부모를 열등하게 여기고 그 가치를 내 기대만큼 크게 두지 않더라도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그 아이가 스스로 내딛는 첫 달음질에서 기꺼이 조연역할을 해 줄 마음의 준비를 지금부터 부단히 해야하는 게 아닐까...

물론 지금은 솔직히 잘 할 자신이 없다. 어쩌면 성하에게 더 많은 사랑을 줄수록 연약한 내가 더 속좁은 마음이 될 지도 모르지만, 막연하게나마 이런 생각들을 떠올려본다. 이제 두돌. 사고를 치고도 천진난만하게 웃으면 마냥 사랑스러운 성하의 생일에 조금 끄적여본다. 아참. 부모님에게도 감사의 표현을 더 자주해야겠다. (끝)
2011/01/10 22:38 2011/01/10 2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