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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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해: 내가 사랑하는 것들


** 이 글은 조동식(한양95)의 카페에 올렸던 글을 가져온 것입니다.

나에 대해 적어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나에 대해 얘기하라면 멈칫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무엇을 얘기해야 하는 건지를 모르겠다고 하기보다는 적어도 자신에 대해 소개하려면, '나'라는 사람을 이제까지 가꿔준 많은 일들을 모두 소개하고 그런 일들로 인해 내가 느꼈던 감정들, 깨달았던 사색들, 그로 인해 지금껏 의지적으로 노력해온 부분들을 모조리 털어놓아야 할 것 같은 마음으로 인해서인지...

마치 고향집에 놀러 온 손자들에게 감자를 굽는 화로 앞에서 주저리주저리 얘기 해대는 여염집 할머니의 모습처럼 보일 것 같은 느낌 때문에... 혹은 어쩌면 그런 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리라는 생각, 상대방에겐 흥미롭지 않은 그저 그런 남의 얘기 취급당할 거란 생각 때문에 글로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파편적인(?) 기호(嗜好)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련의 일들, 사람들, 가치들을 하나로 묶지 못하겠다. 그것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틀을 발견한다면 좀더 쉽게 내 얘길 할 수 있을 것도 같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고, 그렇다고 일전에 썼던 깨달음으로 대치하기엔 동식이란 친구의 '부탁 무게'가 내겐 너무 크게 느껴진다. 무언가 새로운 글을 써야할 것 같다는 말이다. 해서, 간단하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나열하고 이유를 짧게 달면 나에 대해 보다 '공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아래와 같다.

하나님: 내 삶의 근원. 부르짖으면 응답하는 분. 나를 사랑하시는 분

음악: 난, 음악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특히 "조규찬의 음악": 다양성, 목소리의 깔끔함, 음악의 세련됨 때문

그림: 어릴 때 잘 그려서 상도 많이 받았다.

사람들: 하나님이 만드신 걸작품. 가장 소중히 대해야 하는 삶의 대상

설거지: 기름기를 닦아낸 그릇을 물로 씻을 때의 느낌이 좋다

비: 마음이 차분해지고,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거든

비를 가르며 지나가는 자동차 타이어 소리: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공감했지

영화: 감독의 눈에 투영된 현실의 재구성. 현실과 한 사람의 가치관을 동시에 볼 수 있어서

어머니: 날 위해 자신의 평생을 버린 분.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나는, 나에게 있어 사랑의 최고 본이 되는 분

태권도: 초등학교 때 좋아하던 운동. 몸이 개발되는 것이 신기했음

춘천가는 기차: 끊임없이 펼쳐지는 자연의 정경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감동이 있었음

사랑했던 자매: 사랑했는데 사랑 안한다고 했었거든. 하하

영어: 꾸준히 하지 않으면 늘지 않는 학문.

강준만 교수, 인물과 사상: 한국 사회의 몇 안되는 희망(?)

기독교 세계관: 살아온 자리를 돌아보며 후회하는 삶이 아니라 살아갈 앞을 바르게 안내하는 내 가치관

짜장면 곱빼기: 어릴 때는 그 참맛을 알지 못했노라~

글쓰기: 머리에 있는 생각들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노래 부르기: 노래 부르면 행복하걸랑

노가다: 땀을 흠뻑 흘린 뒤의 맑은 정신. 그 뒤에 벌어지는 술자리의 시끌벅적함.

책과 CD: 책은 500여권, CD는 300장 정도.

조카: 올 7월에 세상에 나오면 무지 이뻐해 줄 것임

시골길: 길 양편에 펼쳐진 논밭들. 허수아비와 참새, 메뚜기. 싫지 않은 두엄 냄새.

그 시골길에서 맞는 가을 아침: 높은 하늘과 따스한 햇볕, 시원한 바람

일몰: "마지막"이란 저런 느낌일거라 생각하게 만드는 풍경

현란한 도시의 네온사인: 내 마음에 따라 아름답게도 보이고 슬프게도 보이는 문명의 이기? 이기!

나: 이제 조금 익숙해지는... 서로 안지 어언 25년 된 친구
2000/03/16 18:44 2000/03/16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