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리버럴 비판

일독을 권하면서

몇 달 전에 한겨레에 실렸던 서평을 홈에 올린 적이 있다. 김상태씨의 <프리섹스주의자에게>라는 책에 대해 고명섭 기자가 서평을 했던 부분인데,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공감할 만한 부분이 많았던 터라-고명섭 기자의 기사에-내용이 좋을 것 같아 올렸던 기억이 난다. (확인하고 싶으시면 여기를 클릭!) 특히, 공감했던 부분은 '성의 자유'가 자본주의가 내놓은 멋진 상품이라는 부분이었다. 사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또한, 동성애와 낙태에 대해 보수적 시각을 가진 나로서는 대부분 '리버럴'한 최성일씨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긴 하다.

그럼에도 지금 소개할 월간 <인물과 사상> 1월호에 실린 "최성일의 출판동네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 홈에서 책소개를 잘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로 여긴 부분은 간단히 말하자면 다음과 같은 최성일씨의 비판때문이었다.

"그의 주장이 어거지인 것은 그가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자유주의'를 도매급으로 비판하는 데서 기인한다. 김상태씨는 한국에서 '성담론의 문제가 정치적 자유에 속하는 점'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경제적 자유주의 한 쪽만으로 결론을 도출한 김상태씨의 저서는 물론 모두가 '어거지'는 아니겠지만, 정작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프리섹스주의자들 입장에선 부족한 논리였음에 분명하다.

실상 따지고 보면 논리가 삶의 전부는 아니다. 또한, 모든 인간이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그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런 류의 비판들이 소모적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이해가지 않는 현상 분석은 서로의 상황을 고착시키고 그 괴리감만을 크게 할 뿐이다. 더 진지한 고찰과 서로에 대한 사랑어린 관심과 권면만이 보다 나은 해답을 우리에게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균형을 위해, 그리고 논의의 발전을 기대하며 비평적 일독을 권한다.

설익은 리버럴 비판

김상태씨의 재미없는 책 <프리섹스주의자들에게>를 줄을 쳐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밑줄을 그은 대목은 대부분 말도 안 되는 내용이다. 예컨데 "대중의 입장을 물적으로 경제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바라본 것이 진보성이다"라거나, "영화 자본이 한국 현대사 안에서 대중을 위해 무엇을 했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전자는 당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후자는 뭐든 역사 속에서 대중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표출인데 언제쯤 그런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려나. 심지어 김상태씨는 "강간은 어쨌든 성행위다. 즉 그에 불과하다. (...) 한마디로 대수롭지 않다는 얘기다"라고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게다가 동성애에 대한 시각은 상식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 자신은 동성애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들이 그처럼 잔인하게-일부는 눈에 보이도록, 더 많은 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도록-처우되어야 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식으로. 그런데, 이런 식의 접근은 그에게 하나의 패턴으로 설정돼 있다. 마치 수학 공식처럼.

김상태씨는 성에 결부된 모든 책임을 리버럴에게 돌리는 생떼를 쓴다. 그의 주장이 어거지인 것은 그가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자유주의'를 도매금으로 비판하는 데서 기인한다. 김상태씨는 한국에서 '성담론의 문제가 정치적 자유에 속하는 점'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억지 주장은 그런 분별없음의 당연한 귀결이다. '마음만 맞으면 한다'는 자유주의 강령에 대한 그의 비난만 해도 그렇다.

이에 대한 반박은 연세대 앞의 서점 '오늘의 책'이 발행하는 같은 이름의 서점 소식지 편집장 김보경씨의 논리를 빌려 오기로 하자. 내가 김보경씨의 논리를 빌리려고 하는 것은 김상태씨처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사회과학에 관심있는 대학 2년생에게 맡겨놀 참"이라는 등의 건방을 떠는 것은 아니다. 김보경씨보다 더 잘 말할 재간이 없어서다.

그가 진부한 리버럴리즘이라고 한 그것. "마음만 맞으면 어떤 상대하고든 섹스한다."에서 그의 강조점은 마음'만'과 어떤 상대'하고든'에 놓여 있다. 하지만, '마음만 맞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마음'이 맞는다는 것만큼 중요한 전제는 없다. 그리고 '마음이 맞는' 상대보다도 더 나은 상대도 없다. 그런 상대를 찾게 된다면, 그의 말대도 '인간의 빛'을 보는 관계로까지 갈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김보경씨의 결론까지 빌려온다.

김상태씨가 아무리 좌파라 하더라도, 그가 아무리 진보적이라 하더라도 그가 개인의 성적 쾌락의 윤리적 옳고 그름을 판단할 권리를 주장하는 한에서 그는 또다른 파시즘이다.

(강조하지만, 인용된 논지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습니다-편집인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