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곽선희 목사와 월간조선

그리고, 조갑제 편집장

** 이 글은 <복음과상황> 게시판에 올렸던 것을 재편집한 것입니다.

전병욱 목사에 대한 기사를 보기 위해 뉴스엔조이에 들어갔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보게 되었다. 김종희씨가 쓴 "<월간조선> 교회 지도자 빌려 냉전몰이: 조용기 목사와 곽선희 목사의 냉전적 6.25 설교 인용"이라는 기사인데 보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이 씁쓸하였다. 기사는 아래와 같았다.

<조선일보>의 냉전몰이에...한국교회의 유명한 목사들도 이용된다. <월간조선> 8월호에 여의도 순복음 교회와 조용기 목사에 대한 특집기사가 실렸다. 그 중 조용기 목사가 6월 25일 '하나님 앞에서 되돌아본 6.25'라는 설교를 통해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면서, 그 내용을 소개했다. 여기서 인용한다.

김정일 신드롬을 경계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국민 전체에 평화무드가 넘치고 당장 평화통일이 될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이 대단히 우려된다. 6.25 전쟁이 나기 전에 남북의 평화 무드가 넘쳤던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긴장을 풀면 다시 전쟁을 겪을 수도 있다. 남북 통일은 하나님의 섭리가 있어야 가능하다. 김정일은 미국의 경제적 압력 때문에 여러 가지 계산에 의해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으며, 배후에 작정이 있어서 연극을 하는 것이다. 그것을 모르고 김정일 신드롬이 일고 있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보안법도 철폐하자, 스파이도 없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정신적으로 와해되면 가만히 앉아서 무너진다. 햇볕정책을 실시하되 빗장을 완전히 열어 놓아서는 안 된다. 머루와 다래가 있는 곳에는 뱀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에 그리스도의 복음이 들어가야 남북 통일이 이루어진다."

조용기 목사에 대한 얘기는 일전에 스투 바로알기 얘기가 나왔을 때 꽤나 길게 언급한 적이 있어서 그냥 넘어가기로 하겠다. 그것보다 이번 기회에 다시금 확인한 것은 곽선희 목사의 북한관에 대한 것이었다. 같은 기사의 아래 면을 보자.

<조선일보>의 평소 논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페이지를 한 장 넘기자 난데없이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의 6.25 설교(이 일을 다시 생각하라)가 이어진다.
　

<평양에서 엉뚱한 쇼가 벌어졌다>
　

"여러분, 6.25 전쟁. 깊이 생각해 보세요. 얼마 전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저는 그 정상회담 나오는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열심히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타임지에선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빅쇼가 평양에 있었다. 스포트라이트는 도난 당했다] 평양회담의 주역이 김대통령인데 어느 사이에 조역이 되고 주역이 김정일씨가 되었으니 엉뚱한 쇼가 되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손에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고 그러나 한 사람은 주체적 방법으로 통일할 때가 왔다고 공산주의 통일을 생각하며 노래를 부르고, 한쪽에서는 이렇다 할 약속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자유의 통일이 오는 줄로 착각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이런 쇼가 어디 있습니까? 완전히 동상이몽입니다.

여러분, 자세히 보세요. 역사를 똑바로 보자. 이걸 알아야 합니다. [온 사회주의 주체사상, 온 나라를 공산주의화]라고 하는 이 이데올로기는 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변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50년 전 일을 기억합니다. 어떤 기념비를 세워야 하겠습니까? 우리가 경험한 소중한 경험을 자손들에게 물려 주면서, 무엇이 진리고 무엇이 길이고 무엇이 생명의 길이고 무엇이 자유의 길인지를, 그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가르쳐 줘야겠죠. 오늘 하나님이 말씀합니다. [이 일을 생각하라. 옛적 일을 잊어버리지 말라]"

나는 개인적으로 곽선희 목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내가 아는 것은 군복무중에 아는 분을 통해서 군 선교용으로 제작된 그 분의 설교 2편이 담긴 <소망의 말씀>이란 책자를 정기적으로 읽은 것이 전부이다. 처음엔 그냥 그렇게 읽었다가 자주 월간조선과 조선일보를 언급하는 것을 대하면서 마음이 좀 안 좋다가도 '그럴 수도 있지 뭐'하고 지나치곤 했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설교내용에서 나는 곽선희 목사에 대한 신뢰감이 많이 흔들렸었다.

"지도자란 여론에 끌리는 것이 아닙니다. 유명한 지도자 처칠이 말했습니다. '국민으로부터의 칭찬은 2년 후에 받도록 하라.' 지금 당장 백성들보고 '자, 이럴까요? 저럴까요?'를 물아가면서 할 것입니까? 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한때 군사 독재자라고 그렇게나 설토를 하고 온 백성이 욕을 하던 분을 이제는 '일등 대통령'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 분이 잘 한 것이지요. 그러나 그 당시에는 얼마나 많은 지탄을 받았습니까? 그러나 오늘 와서 이 사람은 모든 사람에게 존경 받는 인물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곽선희, <소망의 말씀> 99년 6월 20일자 중에서)

물론 이분들 두 분은 모두 월간조선의 논조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제 좃선일보! 참 여러 사람 끌어들이느라 안간힘 쓴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월간조선의 편집방향에 대해 별 의식이 없으신 분을 위해 월간조선의 편집장에 대해 조금만 얘기하겠다. 지난 번에 IVP에서 나온 책 "4대 신화를 알면 북한이 보인다"에 대해 쓰면서 잠시 언급한 적이 있는데 조갑제라는 사람이 바로 월간 조선의 편집장이다. IVP에서 발행한 책들은 무조건 좋게 보는 나쁜(?) 습관이 있는 나이지만, 책의 서두에서 발견된 조갑제라는 이름은 나로 하여금 그 책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물론, 지금도 그 책이 그리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있다.)

아무튼.
이 조갑제라는 편집장의 대북관이 어떤지를 잠시 언급해 볼까 한다. 아래는 조갑제 편집장의 글의 일부이다.

"우리는 지금 영광된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민족사에서 통일신라 이후 두 번째의 황금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60만 강병과 세계 11위의 경제력으로서 현대 국민국가의 자존을 지키며 안으로는 근대화를 자력으로 달성하고, 이제는 북한을 우리 체제로 편입시켜 통일 조국을 완성하는 그 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내우외환의 도전을 받으면서 반세기 만에 성취했다. 20세기의 마지막 해에 가서 20세기의 MVP국가를 꼽는다면 대한민국은 일본, 이스라엘과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가 될 것이다. 국내에서는 어떤 직업 群에게 이 MVP를 줄 것인가. 만장일치로 군인한테 돌아갈 것이다. 우리 군인들은 건국의 보루가 되고 호국의 방패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근대화 추진력의 원천이 되었다.
민주화 시대에는 이 대세에 순응하여 새로운 民軍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 고민하면서 다가오는 통일을 뒷받침할 武力으로서의 자세를 재정비하고 있다. 바보나 위선자가 아닌 한 어느 누구도 통일은 국군이 평양의 주석궁에 탱크를 진주시킬 때 완성된다는 냉혹한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다."
(조갑제, "문민의 힘으로는 남북통일 안 된다", <한국논단>)

이것이 조갑제라는 사람, <월간조선>의 편집장이라는 사람의 생각이고 이 잡지의 논조이다. "바보나 위선자가 아닌 한 어느 누구도 통일은 국군이 평양의 주석궁에 탱크를 진주시킬 때 완성된다는 냉혹한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단다. 허허, 이걸 말이라고...지난 얘기지만 작년에 내 눈을 뒤집은 사건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것은 고신대학교 축제 때에 일어난 일이었다. 고신대에서는 작년 4월에 <창조,타락,구속>의 저자인 알버스 월터스를 초빙하여 세미나를 가졌었다. 세계관과 종말에 대한 좋은 관점을 제시해 주었기에 참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몇 달 후에 기독교 세계관 세미나를 개최한 그 학교에서 조갑제 편집장이 강의를 했다. 이 "사건"은 고신대 분들의 사회를 바라보는 안목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고, 알버스 월터스가 얘기한 세계관은 참 격리된 이론에 불과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이건 지나가는 소리고...

이 월간조선의 편집장'님'이 지난 남북 정상회담 때 엄청난 코미디 수준의 주옥같은 글을 많이 남겼는데 여기에 대해서 유시민 씨가 재미있게 글을 정리해 주었기에 잠시 소개하며 마치려고 한다.

"그리고 끝으로 부탁 말씀 하나. 회담을 앞두고 '범죄자 김정일을 경멸하면서 내려다 보라'고 주문하시더니 회담 끝나고 돌아오니까 '성과가 미진하다'고 대통령을 비판하시는데, 협상의 상대방에 대해 경멸감을 표명하면서도 원하는 모든 것을 얻어내는, 조갑제 편집장만의 오묘한 협상비법을 청와대에 좀 전해주세요. 갈 때는 잘하시라고 해놓고 돌아서서 침을 뱉는 건 아무래도 너무 비겁하지 않나요?..(중략)...괜히 똥 될 때까지 아끼지 마시고 지금 말씀해 주세요. 부탁해요."
(유시민, "조갑제 편집장에게 낚시를 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