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회포럼

**이 글은 2002. 한겨레 신문에 실렸던 글을 편집한 것입니다.

세계사회포럼 브라질서 개막

뉴욕에서 열리는 정-재계 지도자들의 세계경제포럼(WEF)에 대항한 세계사회포럼이 31일 브라질 남부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개막돼 엿새간의 공식일정에 들어갔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포럼 참석자 5만여명은 공식 개막에 앞서 강한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깃발을 흔들고 반세계화 구호를 외치며 시가행진을 벌였다.

브라질 당국은 1천700명 이상의 경찰력을 행사장 주변에 배치해 소요와 폭력사태에 대비했으나 위협적이라기 보다는 축제장같은 분위기속에 개막행사가 진행됐다.

세계 150여개국의 비정부기구(NGO)와 시민단체, 좌파 사회운동그룹 등에서 파견된 1만3천여명의 대표와 일반 참가자들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가능하다"는 슬로건하에 열리는 100여건의 세미나와 강연, 700여 차례의 워크숍 등을 통해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에만 유리한 무역 자유화와 외채 등 자본주의 병폐에 대해 논의하고 반세계화 운동 조직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브라질 노동당 당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는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주도의 미주 자유무역지대가 "라틴 아메리카 합병정책" 이라고 비난하며 "모든 참석국의 이익이 존중되지 않으면 브라질 국민으로서 자유무역지대에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언어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노엄 촘스키도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미주자유무역지대가 "권력을 한 쪽으로만 집중시키고 일반 시민들은 소외시킬 것"이라고 비난하고 "세계사회포럼이 반세계화 포럼으로 표현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욕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이 기업의 이익을 위한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하면서 일반 시민의 이익을 위한 세계화를 주창하고 있는세계사회포럼이 진정한 세계화의 면모를 대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르투 알레그레에는 과거 주요 국제회의 때마다 소요를 주동한 무정부주의자나 급진주의자들의 시위 징후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현지의 한 반세계화 급진주의 단체는 세계사회포럼이 "경제적 수정주의,정치적 전통주의, 사회적 순응주의자"라고 비난하며 "강력한 폭력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포르투 알레그레 <브라질> AP.AFP=연합뉴스)
　

세계경제포럼 폐막..미 독주 비판 고조

스위스의 다보스를 떠나 처음으로 해외에서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뉴욕 연례총회가 4일(현지시간) 폐막된다.

총회 장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주변에는 경찰이 겹겹이 배치돼 일반인들의 통행을 차단하고 과격시위를 원천봉쇄하는 등 조치를 취했으며 한 때 7천명의 시위대가 산발적인 시위를 벌였으나 심각한 충돌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불안정한 시대의 리더십'이란 주제로 닷새간 열린 이번 총회는 지난해 9.11 테러사건 이후 불안해진 세계 정치, 경제 상황과 국가, 민족, 종교간 갈등을 어떻게 조화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우선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많은 참석자들이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가장 많은 관심을 나타냈으나 토론 참여자들이 일관된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아 여전히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겼다.

세계경제 전망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통해 컨퍼런스 보드나 모건스탠리딘위터 등의 분석가들 및 주요 국가 고위 관료들은 세계경제 회복과 관련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일본의 침체가 지속된다는 데는 의견의 일치를 나타냈다.
총회 기간에 있었던 한국경제설명회 때는 참석자들이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이라고 공격하는 등 대북 강경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한국경제와 남북관계의 개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총회 개막 직전에 있었기 때문에 '악의 축'은 총회기간 내내 많은 참석자들간 대화의 화두가 됐으며 총회 주제 자체도 '불안정한 시대의리더십'이었던 탓으로 회의 분위기는 과거에 비해 많이 무거웠다.

특히 그간 테러를 당한 미국을 자극하는 것을 자제해 왔던 유럽국가들을 포함, 미국의 우방 지도자들은 부시 행정부가 9.11 테러를 계기로 지나치게 독주를 하며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러나 미국 역시 이번 총회에 참석한 콜린 파월 국무장관, 폴 오닐 재무장관등 고위각료 2명의 발언을 통해 자국의 기본입장을 반복했다. 참석자들은 미국의 경제.통상정책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을 가하며 미국 정책의 변화를 촉구했다.

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이 농업 및 섬유부문에서 관세 및 보조금 지급 등의 형태로 보호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빈곤국들의 세계경제 편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한 각국 지도자들은 테러 척결전은 이제 무력의 사용이 아니라 빈곤대책 등 지구촌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의 기간에에 뉴욕시내 일원에서는 법륜공 수련자 등을 포함한 비정부기구(NGO) 단체들이 비교적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으며 자본주의나 세계화의 상징으로인식되고 있는 스타벅스, 맥도널드, 갭 등의 점포를 파괴하는 행위도 없었다.

뉴욕경찰은 4천명의 병력을 시내 곳곳에 배치, 불법시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했으며 반(反)세계화 시위대들로 뉴욕경찰이 9.11 테러사건 이후 영웅으로 부각된 점을 의식한 듯 경찰과 적극적인 대치를 삼가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승수 유엔총회 의장이 한국 고위인사로서는 처음으로 "안정된 세계를 위한 국제연대 구성"이라는 주제의 토의에 주요 토론자로 참석한 기록을 남겼다. 한편 33차 연차총회는 다시 이 총회의 상시 개최지인 다보스에서 열리게 된다.

(뉴욕/연합뉴스)

'미 군사주의' 비난 선언문 채택

`또다른 세계'를 지향하며 지난달 31일부터 남미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에서 열린 제2회 세계사회포럼이 5일 엿새에 걸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 막내린 포럼 = 이번 포럼에 참가한 세계 150개국 3천여명의 활동가들은 이날 오전 시내 가톨릭대학 이벤트홀에서 폐막식을 열어 `신자유주의와 군사주의에 저항하고 평화와 사회 정의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 아래 전세계에서 시민적•정치적 자유가 공격받고 있다”며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보복전쟁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세계를 대상으로 영구적인 전쟁을 통해 자신들의 지배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또 “신자유주의적 경제모델은 노동자의 권리와 생존권을 파괴하고 해고•임금삭감•살인적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며 “경제위기에 직면한 각국 정부가 민영화와 사회복지예산 축소, 노동권 약화에 나서면서도 늘 불경기에 시달리고 있는 사실은 신자유주의가 내놓은 성장과 번영의 약속이 거짓임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폐막식에 앞서 4일 오후 포르투알레그레 시내에서 붉은 깃발과 플래카드 등을 들고 미주자유무역지대 구상에 반대하는 거리행진을 벌였다.

◇ 성과와 전망 = 세계화 논리를 일방적으로 전파해온 세계경제포럼의 대항세력으로 출발한 세계사회포럼은 올해로 두번째 열린 데 지나지 않지만, 참여인사들의 폭이나 논의내용 등에 비춰 `반세계화 운동'의 구심점으로 자리를 굳힌 것으로 평가된다. 이 포럼은 또 선진국과 자본이 주도하는 세계화의 부작용을 구체적으로 지적해 정부와 재계 지도자들로 구성된 경제포럼이 가난한 나라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하는 데도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반세계화 활동가들은 이제 본궤도에 오른 사회포럼을 전세계 시민사회가 또다른 세계의 미래를 모색하는 중심틀로 삼아 “가부장적 권위와 인종차별•폭력•불의에 기반해 가진자의 이익만 살찌우는 현재의 세계체제를 거부하고 부의 편중, 빈곤, 불평등의 확산, 환경파괴에 저항하기 위해 국제연대에 나설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들은 오는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유럽연합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6월 이탈리아 세빌리아 세계식량회담 △7월 캐나다 캘거리 주요8국 정상회의 등 각종 국제회의가 열릴 때마다 외채부담 철폐와 금융투기•군사주의 반대 운동 등을 위한 국제연대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포르투알레그레/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세상보는 다양한 시각 확인”

5일 오전(현지시각) 폐막된 제2회 세계사회포럼 참가자들은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최적화된 혼란'과 `또다른 세계'를 위한 대안의 전시장”으로 포럼을 평가했다.

◇ 각국 참가자들의 평가 =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요조 아베 국제국장은 “각계 각층의 다양한 관심영역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세계를 위한 시민사회의 대안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었다”며 “21세기 역동적인 세계 시민사회의 미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필리핀 `포커스 온 더 글로벌 사우스'의 샬말리 구탈 국제경제담당 국장은 “무차별적인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질식시켜온 세계 민중의 다양성이 포럼 기간 최대로 발현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회포럼이 “세계 시민사회의 단일한 목소리를 담아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리랑카 `몬라'(농토•농업개혁운동본부)의 사라쓰 페르난도 사무총장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를 갖추고 초국적 자본의 후광을 업고 전세계를 장악하고 있다”며 “세계 시민사회가 이들에 맞서 `또다른 세계'를 실현시키기 위해선 이에 상응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직위의 마리아 루이자 멘도카는 “인권과 정의, 평화와 공존은 세계 모든 시민사회의 참여를 통해서만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대표단의 결산 = 민주노총 등 6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11명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단은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등 구속노동자 석방 운동 △외채와 강요된 구조조정의 폐해 고발 △반부패 네트워크 구성 △전쟁반대 캠페인 등의 활동을 벌였다. 윤영모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후안 소마비아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 등 포럼 참가자 1천여명이 한국의 구속노동자 석방을 촉구하는 서명에 참여했으며, 다가오는 월드컵 기간 동안 반전•평화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을 열기로 한 것은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승민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상임활동가는 전세계 400여 풀뿌리 사회단체가 모여 작성한 `신자유주의와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저항선언문' 작성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이를 직접 낭독하기도 했다.
　

포르투알레그레/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