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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순례단 원천봉쇄, '참여정부' 철학 어디갔나

/이상근 (한겨레, "국민기자석")

　

지난달 31일 서울 시청 앞과 광화문은 분주하고 격동적이었다. 첫번째 이유는 전북 부안 해창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새만금 갯벌을 살리자고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며 순례를 한 성직자와 순례단이 시청 앞을 거쳐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마무리 행사를 열었기 때문이다. 때맞춰 전북도민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집단 상경하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새만금 간척 사업을 완수하자”고 궐기대회를 열고 있었다.

두번째는 작년 이즈음에 미군 궤도차량에 깔려 숨져간 여중생 추모행사가 한총련 주최로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2 한·일월드컵 개최를 기념하여 도쿄에서 열리는 축구경기 응원전도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서 벌어졌다.

그런데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고 ‘참여정부’를 표방하는 현 정부가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가 아니면 스스로 갇히기를 원하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새만금 살리기 삼보일배 순례단이 경찰쪽과 아무런 마찰 없이 시청 앞 행사를 마치고 긴 여정을 마치려고 광화문으로 이동하는 도중 정부는 경찰 병력을 동원하여 인도로 가는 길을 막아버렸다. 경찰은 이후에 있을 ‘한총련’ 집회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삼보일배 순례단이 누구인가 자연을 훼손하고 생명을 가볍게 여겨 결국은 재앙을 몰고 온 사람들을 대신해 참회하고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700리 고행길을 걸어온 수행자들이 아니던가. 많은 사람들이 시위문화를 한 차원 높게 끌어 올렸다고 찬탄을 마지 않았던 이 행렬을 정부는 여러 시위대열과 동일시함으로써 격렬한 문제해결 방법을 제시한 것이 아닌가 한다. 정부의 대응으로 결국 순례단은 큰 아쉬움을 안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원천봉쇄는 그 자리에 참석하였거나 이를 지켜보았던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에게 의사표현의 가치를 빼앗은 폭거였다. 늦은 시간 광화문과 청와대에 이르는 길은 온통 전경차와 경찰들로 막혀 있었고, 한총련 집회의 함성과 축구경기 응원 소리로 뒤덮여 난장판이 되어 가고 있었다. 거기에는 작년 ‘열린 광장의 함성’은 없었다. ‘광장의 문화’는 상실되고 쓰레기와 구호소리, 경찰의 군홧발 소리만이 난무하는 그곳에서 ‘참여정부’의 철학과 정책은 실종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말 당부한다. 갇히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열린 광장으로 돌아와 함께 하기를.
　

이상근/서울 종로구 견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