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없인 사회발전도 없다

나, 우리뿐인 '오만과 편견'

관용 없이는 사회발전도 없다

뜨거운 가슴으로 호소합니다

어느 곳에나 조직과 단체가 있게 마련이다. 넓게는 나라라는 조직이 존재하고, 좁게는 기업부터 시작해서 동네 반상회에서 캠퍼스의 동아리, 과 내의 소모임까지 실로 다양한 모임과 조직 속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각 조직마다 그 그룹안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마련이고, 또한 요즘과 같이 섹트화, 개인화된 사회에서는 자기가 속한 환경 속에서 전 세대와 같은 그런 헌신적인 노력을 들이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모든 조직체들은 더욱 친밀한 유대를 다지기 위해 노력하고 또한 자신이 속한 조직 안에서 오직 한 목소리로 통일된 의견들을 개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우기 그런 조직들의 경우,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고 선동적인 이벤트에 익숙한 편이기도 하다.

이런 저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이전 세대와 같은 전적인 참여라는 모토는 실상 이루어지기 힘든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자신이 속한 조직이 아닌 다른 조직체를 열등하게 치부하고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폐기시 하려는 현대인들의 습성이다.

홍세화씨는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에서 똘레랑스라는 단어를 유행어로 만들었다. 똘레랑스라 함은 우리 말로는 '관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물결로 인해 우리는 자본의 영향력 아래서 오로지 '경쟁력'이라는 이름의 경주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용'은 어쩌면 가진 자의 여유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아 오듯이 가진 자는 '관용'을 베푸는 일이 드물다.

이제 소개할 글에서도 언급되어 있듯이, 우리가 흔히 일제 시대에 일본인들이 잔인하고 혹독한 행위를 서슴치 않았다고 말하지만, 조선족으로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이의 눈에는 한국이 일본과 같은 군사력과 경제력이 있으면 한국인들도 일본 못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단체들을 다녀 보았다. 그곳이 공장일 수도 있고, 직장일 수도 있고 학교 내의 동아리였을 수도 있다. 그 안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은, "우리 사람", "우리 애들"이란 말이다.

'우리의 미학'이란 글까지 쓴 적이 있는 나로서는, 이제껏 들어 온 '우리'라는 말이 그런 똘레랑스의 대상이 아님을 말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똘레랑스는 '나와 다른', '당신의...', '너희...'에 적용될 말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던 것 같다. 모처럼 좋은 글 접해서 내 생각을 조금 넣어 보았다. 새 천년에는 부디 다른 조직에 똘레랑스를 보여 줄 수 있는 '우리'가 되길 소원한다.

** 이 글은 한겨레신문 1999년 12월 16일자 이태희 기자의 "새처년, 네티즌의 제안: 이것만은 바꾸자 3"을 편집한 것입니다.

나, 우리뿐인 '오만과 편견' 관용없인 사회발전도 없다

정도 넘어선 배타적 생존의식

다양성 무시-없는 자에 손가락질

'바람의 딸' 한비야(43)씨는 얼마 전 버스 안에서 안타까운 광경을 목격했다. 한 어린 여자아이가 방글라데시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다가서자 '앙'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를 본 아이와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를 달래다 말고 그 외국인에게 짜증스런 목소리로 "저리 가!"하고 고함쳤다고 한다.

한씨는 "아이는 그때 처음으로 외국인을 만났을 텐데, 결국 그 아이에게 외국인은 낯설고 두려운, 그래서 쫓아내야 할 존재로 각인됐을 것입니다"고 말했다.

한씨는 지난 6년간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다양성을 거부하는 한국인의 배타성과 보수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한국인들은 다른 문화나 가치관을 차분히 관찰하기 보다 백안시하고 꺼리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인도 사람들이 숟가락 대신 오른손으로 식사를 하고, 왼손을 화장지 대용으로 쓰는 것을 보면 대번에 눈살을 찌푸리며 '더럽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도인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은 전혀 개의치 않아요."

한국에서 30년을 살고 있는 천주교 무악동교회 박문수(본명 프란시스 북마이어, 미국인, 58) 신부의 진단도 비슷하다.

"한국 사람들은 같은 그룹에 속하면 다 같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자기가 다른 사람과 다르게 보이는 것을 불안해 하고, 또한 타인이 '튀는' 것에 눈살을 찌푸립니다." 그래서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선 노골적인 차별과 박해까지 서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박 신부의 얘기다.

"하지만 80년대 중반에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총회를 열거나 올림픽을 개최한다고 정부가 서울의 빈민거리를 마구 헐어내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있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은 막대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 아니겠습니까?"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은 한국인들이 다양성을 꺼리는 이유로, 단일민족으로서 다른 민족이나 가치관을 접해 볼 기회가 적었던데다 지난 세기 일제 침략과 한국전쟁, 그리고 급격한 경제성장 등 사회적 격변을 경험하며 '배타적 생존의식'이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린 탓이라고 본다. 나아가 이런 상황은 '분배의 정의'나 '계급타파'등을 외치며 기존의 사회구조를 문제삼는 진보주의자들의 목소리는 절대악에 가까운 것으로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보수성과 페쇄성은, 급격한 변화와 다양성으로 상징되는 다음 세기 우리 사회의 발전과 진보를 가로막는 가장 큰 복병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인이나 중국인이나 모두 일본인들이 2차 세계대전 때 혹독하고 잔인했다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제가 한국에 와서 겪어 보니 지금의 한국인들이 옛날의 일본처럼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다른 나라를 침략한다면 그보다 몇 배는 더 냉혹하고 비인간적으로 다른 민족들을 다룰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 온 지 6년째를 맞는 조선족 이명철(36)씨의 평가다. 21세기를 맞기 전에 우리 모두 한 번쯤 되새길 만한 충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