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이미지를 되살리는 조처를

김 근 칼럼: 개혁 이미지 되살리는 조처를

** 이 글은 1999. 6. 16일자 한겨레에 실린 김근 논설주간의 것을 인용한 것입니다. 제가 공감한 부분은 굵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최근 들어 매우 어려운 지경에 몰렸다. 잇다라 터지는 여러 사건들 탓이다. 3.30 50억 돈 선거 보도, 고급 옷 로비 사건, 조폐공사 파업 유도 의혹 사건등이 서로 어우러져 부정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런 사건들의 내용은 사람의 도덕감을 쉽게 자극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정권이 더욱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민심이 움직여 세상을 뒤흔드는 듯이 보일때는 언제나 현상을 넘어 본질을 살필 필요가 있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과 좌절감은 최근에 드러난 몇가지 사건들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정부의 분석대로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희생된 중산층과 서민층의 박탈감이 그 배경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기회를 접았다고 판단한 기득권층이 과도하게 공격한 점도 작용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국민의 정부 이미지가 나쁜 쪽으로 바뀔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점이다. 정부가 궁지에 몰리면서 여기저기서 "김대중 정부도 다른 정부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것은 좋지 않은 조짐이다.

"다른 정부와 다르지 않다."

물론 정부는 억울한 점이 많을 것이다.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넘기고, 온갖 어려움에서도 햇볕정책은 뚜렷한 일관성을 보였다. 또한 4강외교가 성과를 얻어 한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일정하게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의 사회문제에서도 민주노총과 교직원 노조 인정 등 전향적인 조처들이 있었다. 이런 굵직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다른 정부와 다르지 않다니. 어불성설이라는 반발감이 들 것이다. 그럼에도 기억할 일은 정치에서 이미지는 논리를 떠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정부의 이미지는 바뀌고 있으며, 그것 또한 정부가 스스로 불러온 점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미지는 사람과 환경이 만드는 것인데, 정권교체 이후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 옛 사람을 과도하게 기용하거나, 정부에 감정적 반대를 일삼는 제도적 환경을 교정하지 않고 방치한 점을 정부는 반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 하여 아직은 민심이 정부에 등을 돌리고 떠난 것은 아니다. 세간의 판단을 종합하면, 오히려 이번 여러 일로 정부가 새로운 면모를 보이기를 바라는 쪽이 많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런 현실이기 때문에 민심을 다시 얻어 새롭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여지는 넓다. 그렇게 하자면 국민의 정부가 "다른 정부와는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 획기적인 조처들을 시급히 취해야 한다. 특검제 실시를 비롯해 본격적인 여러가지 제도개혁에 나서야 한다. 또 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일이 절실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사혁신을 꾀하는 일이다. 정부의 이미지는 그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면면에 따라 결정되는 탓이다. 현정부는 너무 '과거 사람들', 경험, 기술관료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정부가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구겆ㅇ운용을 도모할 필요도 있으나, 그것에 구태의연한 정부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는 점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더구나 한 사회를 진부시키겠다는 생각을 갖는다면, 과거의 이력에 관계없이 사람을 등용해 국민들에게 도덕감과 윤리감의 혼란을 불러오는 것을 삼가야 할 일이다.

인사혁신으로 개혁느낌 주어야

최근 사태에 관련해 권력과 시민사회의 관계에 관해 생각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둘 사이의 관계에서 권력은 언제나 비판과 견제의 대상이 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원칙이다. 비판없는 권력은 오만과 부패에 빠져 파멸하고 만다. 또 시대여건에 따라서는 개혁을 다그치기 위해 권력을 채찍질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하여 그 비판과 견제가 맹목적인 것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권력은 현실적 존재이므로 권력을 비판하는 행위도 현실 범주를 벗어날 수 없는 탓이다. 이것 또한 현실 정치 세계의 진리다. 그러므로 권력 비판에는 주변사항을 고려하는 전략이 필수적으로 따를 수 밖에 없다. 최근에 가혹하게 진행되는 권력비판 양상을 보면서, 진보세력과 기득권 세력이 정부를 협공중인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자칫하면 엉뚱하게도 혼란스러운 결과를 빚어낼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올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