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으로 번져간 '언론문건' 사건

정형근 의원에게 책임 물어야

색깔론으로 번져간 '언론 문건' 사건

'언론 문건'에 관한 여야의 대립이 급기야 또다시 '색깔론'으로 번졌다. 솔직히 요사이는 별로 정치에 대한 언급을 하고 싶지 않은 기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 사건이 우리 정치계의 고질적 병폐인 '색깔론'으로 번져간 데 대해서는 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다행히 11월 8일자 <한겨레 신문>은 여기에 대해 양비론이 아닌 정형근 의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사설을 실었다. 게다가 한나라당 내에서도 정 의원을 통제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데에 대해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같은 면에는 역대 정권이 김대중 대통령을 '색깔론'으로 몰아간 작태를 정리하였는데, 안선희 기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정부의 대북정책, 재벌개혁 정책 등도 색깔론 시비의 대상이다. 한나라당은 개혁정책을 담은 김대중 대통령의 지난 8.15 경축사에 대해서 '사회주의적 관점', '좌경'이라는 용어까지 동원해 공격했다. 국가보안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현정부가 안보의식이 결여돼 있다'며 색깔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정 의원이 부산에서 했던 발언이 시발점이 되었고 거기에 대해 이회창 총제가 덧붙인 망발때문이었다. 본인은 한겨레 사설과 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다. 사설을 보도록 하자.　

정형근 의원에게 책임 물어야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의 '빨치산 발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국민회의는 정치적, 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정 의원의 책임을 물을 태세고,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정 의원의 발언을 지탄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 당은 비난 여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국회를 버린 채 원외집회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는 빨치산 발언을 들으면서 이 나라 정치를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간 한나라 당 의원들의 행태를 들추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이 여당을 공격하는 것도 좋지만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될 말이 있다. 대통령을 겨냥해 "공업용 미싱으로 입을 박아야 한다"든지 "디제이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는 막말이 터져나올 때마다 정국이 요동치고 국회는 파행을 면치 못했다. 대통령이 밉다고 해서 이성을 져버린 수준 이하의 막말들을 내뱉는다면, 그것은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에 대한 모독 행위나 다름없다. 대통령을 막말로 짓밟는 일이 인기를 높여주는 무기로 악용되는 풍토가 개탄스러울 뿐이다.

국민들은 거짓말과 막말을 서슴없이 해대고 의원의 면책 특권 뒤로 숨어버리는 정 의원의 상투적인 수법을 잘 기억하고 있다. 이번 언론대책 문건 사건에서도 이강래 전 정무수석이 문건을 작성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명예회손 혐의로 고소당한 그는, 면책특권을 내세워 검찰에 출두하지 않고 있다. 색깔론을 들고 나오거나 미확인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당사자들에게 고소당한 것만도 무려 10건에 가깝다고 한다. 빨치산 발언은 그런 행태의 결정판이다. 그 발언에는 자신의 거짓말에 대한 여론의 압력을 돌리는 한편 여권의 대응을 촉발시켜 자신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려는 속셈이 숨어있지 않은가. 그야말로 대통령과 국민을 상대로 위험한 놀음을 하는 셈이다. 정 의원이 지금 언론자유를 수호한다고 말할 자격이나 있는가. 안기부 대공수사국장 시절 민주인사들을 고문하고 정치공작을 일삼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그가 야당의 투사가 되어 언론자유를 외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빨치산 발언을 사과하라는 국민회의의 요구에 "발치산이 아니면 됐지 뭘 그러나"라고 되받아쳤다고 한다. 막말하는 의원을 타이르고 나무랄 위치에 있는 이 총재가 정 의원과 동렬에 서서 처신한다면,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조차도 실망할 것이다. 또한 문건 사건을 언론탄압 문제로 부각시키는 것까지야 그렇다 치더라도, 막말을 한 정 의원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