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열린 정치' 모색

**이 글은 2001. 12. 2. 한겨레 사설입니다.

민주당의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특대위)'가 당 대통령후보 선출 방안으로 일반 국민을 상대로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이른바 `국민 참여 경선제'를 도입하기로 사실상 확정했다고 한다. 민주당 특대위는 대선후보 뿐 아니라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도 국민참여 경선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 후보를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예비선거 방식으로 뽑는 방안이 확정된다면, 민주당 차원을 넘어서 우리 정치풍토를 획기적으로 바꿔놓는 엄청난 `정치실험'이 될 것이다. 이는 또한 상향식 공천 등 우리 정치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신선한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풀뿌리 정당정치'를 지향하는 각종 정당 민주화 방안들이 한낱 이상론으로만 여겨졌던 것은 우리 정당들이 1인 보스 중심의 사당이었기 때문이다. 당 정강정책에 아무리 미사여구를 늘어놓더라도 보스가 당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홀로 서야만 할 민주당 속사정이 역으로 이런 방안을 모색할 기본 토양이 된 셈이다. 당 지지도가 추락해 이대로 가다가는 누가 대선 후보가 되든 야당에 패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지지도를 높이는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대선 승리를 기약할 수 없다는 절박한 사정이 민주적 방안을 찾게 만든 것이다. 기존 당 대의원들 만으로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어떤 쇄신방안을 내놓더라도 `그들만의 잔치'에 그칠 것이고, `민심'과 동떨어진 `당심'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민주당 특대위가 대선후보 선출에 일반 국민을 참여시키는 획기적 방안을 확정했다지만, 이 방안이 민주당안으로 최종 확정될 지는 불투명하다. 유력한 대선 후보들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특정 정파가 정치적 이해 때문에 특대위안에 극력 반발할 경우 모처럼 마련한 방안이 어떻게 변질될 지 모른다. 또 의원들이나 지구당 위원장들이 당 민주화를 요구하면서도 막상 자신들의 기득권까지 순순히 내놓겠느냐는 의구심도 든다.

민주당이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실제 미국식 예비선거와 비슷한 `국민 참여 경선제'를 채택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국민의 정치참여 열기가 높아지면서 민주당 지지도를 한껏 끌어올릴 개연성이 크다. 그리되면 한나라당이나 다른 당도 이에 자극받아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모쪼록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 `열린 정치'가 펼쳐지고 새로운 정치문화가 싹트는 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