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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식 빈곤한 새해맞이 설교

/박득훈 ("뉴스앤조이"에서)

부유한 삶의 자리가 현실에 대한 외면과 곡해 초래

이번 설교비평에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설교자들이 성도들에게 어떤 방향을 제시하려고 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습니다. 몇몇 대형교회 목사들의 신년설교를 들으면서 느낀 점은, 역사적 관심이 결여되어 있고 개인 신앙이나 자신의 교회에만 집중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역사적 관심을 보이는 설교는 안타깝게도 왜곡된 역사의식을 안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한 두 편의 설교를 중심으로 한 비평은 해당 설교자의 목회 전체와 전인격에 대한 판단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둡니다. 다만 한 두 편의 설교를 통해 나타난 문제점들이 다른 설교를 통해서 명확하게 해명되고 보완되지 않는다거나 명백한 충돌이 일어난다면, 설교를 듣는 사람들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이동원 목사, 피상적인 '민족의 치유와 세상의 변화'

먼저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는 히브리서 11장 20절에 기초해서 '이삭의 믿음'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하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성도들을 권면하였습니다. 이 목사는 이삭의 믿음의 두 번째 특징을 '기업의 땅이 넓혀질 것을 바라보는 믿음'이라고 규정합니다. 땅에 대한 약속을 믿는 것이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이삭 자신이 더 많은 땅을 소유하게 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이 하나님의 섭리를 펼쳐갈 무대였다는 점에 있습니다.

지구촌교회에 있어서 이 약속은 지구촌교회의 분당성전이 금년 부활절에 시작됨으로 수지와 분당의 두 날개를 함께 펴는 새로운 성전 시대를 열게 되는 비전으로 연결됩니다. 분당성전을 통해 젊은이들이 좀더 쉽게 교회에 와서 친구를 만나고 기도하고 말씀으로 훈련받고 미래를 계획하게 됨으로 그 곳이 바로 '비전센터'가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삭의 믿음의 세 번째 특징을 '언약의 백성이 번성하는 것을 바라보는 믿음'으로 규정합니다. 이 점을 교회 현장에 적용하면서 창립 5주년 당시 제시했던 '333 비전'을 상기시킵니다. 3만 명의 교회 가족, 3천 명의 평신도 선교사, 300명의 해외 선교사를 의미합니다. 이 비전도 단순히 숫자를 많이 늘리고자 하는 꿈이 아니라 축복 받은 교회의 책임임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평신도 선교사란 3천 개의 목장교회 지도자를 말합니다. 목장교회의 역할은 직장과 지역사회에서 선교를 감당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333 비전'이 이루어지면 민족이 치유되고 세상이 변화될 것이라는 꿈을 역설합니다. 이동원 목사는 이렇게 단순히 교회 공간을 넓히고 교인의 숫자를 늘리는 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고, 그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펼쳐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런 종류의 설교에 매우 위험하고 미묘한 유혹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째는, 설교 전체를 통해 보면 여전히 물량적 목표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그를 통해 역사 속에서 이루어나가야 할 하나님의 섭리와 뜻에 대한 이야기는 부수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사회와 교회가 걸어온 길을 반성해보면 물량적 목표가 말과는 달리 실질적으로는 보다 궁극적 목표를 잠식해버려 궁극적 목표는 물량적 목표 달성을 위한 구실로 전락해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사회와 교회의 깊은 고민은 껍데기는 그럴 듯한데 내용이 참으로 빈곤하다는 점 아닙니까? 그래서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조롱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둘째는, 이 목사가 궁극적 목표로 제시한 민족의 치유와 세상의 변화라는 말들이 매우 피상적이라는 점입니다. 지금 우리 민족에게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겨울 추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과 시청에 모여들어 촛불을 밝히며 미선·효순 양의 죽음을 애도하고 미국의 오만한 패권주의를 규탄하며 불평등한 SOFA 개정을 촉구해 왔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러한 움직임을 불순한 반미운동의 일환으로 은근히 매도하며 미국을 맹종하려는 사람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민족의 치유를 가져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 설교는 민족의 치유와 세상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런 주제들에 대해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런 목회자의 침묵 속에서 아무리 많은 청년들이 교회로 몰려들어 기도를 열심히 하고 말씀훈련을 받으며 미래를 설계한들 그들을 통해 세상이 변화되고 민족이 치유될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조용기 목사, 주일성수와 십일조가 삶의 우선순위

이런 역사의식의 빈곤현상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신년설교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본문은 마태 6:33이고 제목은 '삶의 우선 순위를 정하라'입니다. 본문이 그 유명한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말씀이었기 때문에 몹시 궁금했습니다.

지난 주 CBS저널(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순복음교회 측의 국제신학연구원장인 김삼환 목사는 "조용기 목사의 소위 삼박자구원론은 전인구원을 의미하고 이 구원은 사회적 차원과 국제적 차원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래서 더구나 다른 본문이라면 몰라도 최고의 우선 순위로서의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설교하는데, 사회적·국제적 문제들에 대한 고민과 씨름이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제일 강조하는 것은 주일성수와 십일조였습니다.

4번째 우선 순위로 직업과 사업을 언급하는데, 직업은 하나님의 정의로운 통치를 이루어나가는 수단으로 이해되기보다는 개인의 꿈을 성취하는 축복이라는 관점에서 설명됩니다. 그래서 열심히 기도해서 꼭 직장을 얻을 것을 독려하는 정황에서 재미있는 예화를 듭니다.

'하늘나라에 방금 도착한 사람이 있었어요. 그는 천사의 안내를 받아가면서 이곳 저곳을 구경하다가 큰 방에 들어가 보니까 선반 위에 많은 보따리가 있는 것을 보고 궁금해서 '대체 이 많은 보따리가 다 무엇입니까?' 물었더니 천사는 '이 보따리들은 모두 하나님이 사람을 위해 미리 준비해놓으시는데 사람들이 결코 구하지 않고 찾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받지 못했던 능력과 축복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분께서 그러므로 직업도 구하고 직장도 구하고 능력도 구하십시오. 하나님은 여러분께서 꼭 주셔서 여러분께서 생계도 이어갈 수 있고 미래의 꿈을 가꾸고 자기 성취도 가질 수 있게 만들어 주시고. 직업이 있어야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예화는 『야베스의 기도』라는 책에 등장하는 것을 요약한 것입니다. 참 듣기에 달콤한 말씀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역사의식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왜 어떻게 실업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직장을 얻었더라도 10사람 중에 6사람은 비정규직이어서 직업을 통해 전혀 삶의 의미와 존엄성을 성취하기가 어렵다는 사회적 현실에 대한 고민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경제구조가 과연 하나님 나라의 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묻지 않습니다.

다만 현재의 자본주의 구조에서 각 그리스도인들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 기도에 있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 우리 한국교회 현주소임을 생각할 때 정말 너무나 마음이 안타까워 집니다.

김홍도 목사, 흑백논리와 냉전적 사고에 매몰

이번에는 설교에 역사의식이 진지하게 담겨있기는 한데 그 역사의식이 심히 왜곡되어 있는 예로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의 신년설교를 들고자 합니다. 그는 이사야 60:1-3을 본문으로 삼아 '21세기 영계의 파수꾼이 되는 교회'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했습니다. 영적 파수꾼이 되어야 하는 첫째 이유로 심판의 날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듭니다. 두 번째 이유로 영계의 혼탁함을 들고 있는데, 여기서는 사단의 역사의 결과로서의 어두운 정치현상을 한 예로 듭니다. 사단에 속한 문명과 하나님에 속한 문명을 대조하면서 북한과 미국 그리고 한국을 언급합니다.

'북한은 소련과 가까워서 무신론 사상, 악한 사단의 사상 공산주의를 받아들여 가지고 비참해졌어요. 일년에 백만 명씩 죽어 나갑니다. 세계에서 악의 축이라고 하죠. 악의 축! 이라크하고. 남한은 뭡니까? 감사하게도 기독교신앙에 바탕을 둔 미국의 문명과 신앙을 받아들여서 오늘날과 같은 복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김 목사가 흑백논리와 냉전적 사고에 매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미국을 너무 미화하고 북한을 지나치게 매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전쟁주의적이고 패권주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악의 축'이라는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공산주의 사상에도 기독교적 요소가 있고, 미국이 대변하고 있는 문명과 자본주의에 비기독교적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상상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이유로 우리 나라가 5000년 역사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듭니다. 여기서 그의 역사의식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 아주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 두 명이 깔려죽었다고 해서 지금 한달 째 촛불시위를 하고 심지어 '미군 철수해라' 미국의 성조기를 불태우기도 하고 이것 큰일 아닙니까? 미군은 6·25 때 5만 명이나 피 흘리고 싸우다가 목숨을 버렸어요. 근데 일부러 죽인 것도 아니고 훈련 도중에 여중생 둘이 죽었다고 해서 미군 철수하라고 하니 소름끼치는 일이에요. 철수하면 어떻게 해요. 이북이 넘어오겠다는 거예요. 적화통일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예! 남한에만 촛불시위하는지 압니까? 이북에서도 똑같이 촛불시위를 합니다. 여러분! 이게 누구 짓이에요? 배후에 누가 조정한다고 봅니까? …언제 이렇게 다 사상이 벌겋게 물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여기서 김 목사는 우선 촛불시위의 진실을 흑백논리로 왜곡시키고 냉전구도를 수호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위현장에는 흥분한 상태에서 반미감정을 표출하고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촛불시위를 처음 제안한 사람이나 범대위, 그리고 대다수 참석자는 미선·효순 양의 죽음을 애도하고 미국의 오만함을 성토하고 평등하게 SOFA를 개정하자고 촉구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습니다. 촛불시위는 결코 붉은 색으로 물든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책동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미군의 6·25 참전을 지나치게 미화시키고 있는 것도 그의 왜곡된 역사의식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이 구 소련과 함께 해방 후 우리 나라의 분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미군이 참전해서 남한의 편에 서서 목숨 걸고 싸워 준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사실 때문에 그 후 미국이 어떤 잘못을 해도 미국을 두둔하고 존중해야 할 정도로 우리가 한없는 은혜를 입은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만일 그런 은혜를 입었다고 해도 미국의 잘못을 묵인하고 굴종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 아닌 것입니다.

나아가 김 목사가 미군 철수의 결과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부풀리고 있습니다. 우선 미군 철수는 즉각 적화통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남침을 시도한다고 해도 한국의 군사력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미군 철수는 곧 한국경제의 붕괴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미군이 철수하면 외국자본이 다 빠져나갑니다. 탄탄한 경제그룹이라는 삼성에도 외국자본이 30%나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건희 회장이 어느 날 말했대요.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고 등골에 땀이 흐른다' 이거예요. 땀이 흐른다 말이에요. 외국자본만 빠져나가겠어요? '아이고 안되겠다' 돈 있는 사람 다 외국으로 빠져나갈 것 아닙니까? 경제는 무너지게 됩니다.'

물론 미군이 철수하면 김 목사가 우려하는 현상이 일부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해도 한국의 경제력이 그렇게까지 취약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가진 자들의 엄살과 두려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김 목사가 의식하는 위기는 자신이 설교 도중 밝힌 것처럼 대형교회의 위기요 재벌의 위기일 뿐입니다. 행여 자신의 기득권이 위협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역사현실에 대한 의식이 왜곡되어 있을 때 목사는 설교를 통해 순진한 성도들과 민족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가게 됩니다.

부유한 삶의 자리가 현실 왜곡

이렇게 대형교회 목회자의 역사의식이 빈곤하거나 왜곡되기 쉬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삶의 자리가 너무 부유해진데 있습니다. 대형교회 목회자 자리라는 것은 객관적으로 일종의 사회적 지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성경과 역사를 바라볼 때 그 지위가 미치는 영향은 대단한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자신을 위해서 가난하게 살며 가난한 이웃들 곁에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의미심장한 것입니다(마 25:31-46).

바리새인들을 비롯해서 당시의 지도자들이 예수님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바로 정치·경제적 그리고 종교적 기득권의 노예가 되어 가난한 자와 함께 하는 삶을 실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마 19:16-29; 요 7:17).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성경적 역사의식을 회복하려면 예수님처럼 끊임없이 자신의 부유한 삶의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낮고 가난한 말구유로 내려가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고통과 억압을 당하는 사람들의 슬프고 아픈 눈으로 역사와 성경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럴 때 목회자는 비로소 민족의 상처를 치유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지혜와 용기를 불어넣는 설교를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