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연한 자세 보여야

들어가면서

얼마 전 월간 <인물과 사상>에 김민수 전 서울대 미대 조교수가 재임용에서 부당하게 탈락되었음을 알리는 글이 실린 적이 있었다. 주목해서 보기도 했었고, 그 이후로도 계속 소식이 궁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며칠 전 한겨레 신문의 사설에 그 기사가 실렸다. 같은 날자 취재파일이라는 기사에도 같은 내용이 실려 있어 두 편의 기사를 인용할까 한다.

서울대 의연한 자세 보여야

전 서울대 교수가 낸 복직소송에서 대학의 독단적 교수 재임용권 행사에 제동을 거는 법원 판결이 나와 교육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판결은 대학의 교수 재임용제는 행정소송의 대상이라며, "재임용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은 학교측의 고유재량이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와 교육부 및 서울대쪽의 주장을 뒤집은 것이다.

우리는 우선 이 판결이 그동안 사법적 통제 영역에서 벗어나 있던 대학과 재단쪽의 자의적인 교수 임용권 행사에 처음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또 교수 재임용 심사가 합리적이고 공정했음이 입증돼야 적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음을 재판부가 지적한 점도 합리적이라고 본다. 재판부는 "서울대측은 재임용 탈락의 근거가 된 '연구실적 기준 미달'의 구체적 심사 이유와근거가 무엇인질르 입증할 책임이 있는데도 아무런 주장이나 입증을 하지 않았다"며 재임용 거부조철르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또 복직소송을 낸 김민수 전 서울대 미대 조교수가 부당하게 재임용을 거부당했다고 믿어온 교수, 학생 등 많은 이들의 판단을 뒷받침해줬다는 점에서도 '상식의 승리'라 할 만 하다. 94년부터 조교수로 재직해온 김씨는 96년 10월 학술심포지엄에서 미대 원로교수들의 친일행적을 거론하고 선배교수의 견해를 비평했다.

그 뒤 98년 '연구실적 미달'이라는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김씨는 재임용에 필요한 연구 실적물의 네배인 8편의 논문을 제출했을 뿐 아니라, 97년엔 '올해의 디자인상'을 받았고, 국제적으로도 연구성과의 탁월성을 인정받아왔다는 점에서 서울대쪽의 '연구실적 미비'라는 해명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김씨가 원로교수들의 친일행각을 비판한 '괘씸죄'로 탈락했다는 반발이 거세게 일었고, 서울대 교수들은 '김민수 교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300여명에 이르는 교수가 연대서명으로 대학본부에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씨가 판결 직후 "교수 재임용제도가 더이상 양심적이면서 부조리에 대항한 교수들을 솎아내기 위한 방편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한 말을 대학관계자은 음미했으며 한다.

서울대 이번 판결에 대해 대해 "세차례나 거듭해 심사한 끝에 재임용 거부를 결정한 것을 법원이 뒤집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의 뜻을 비쳤다고 한다. 그러나 김교수가 능력있는 학자이고, 재임용제도가 2001년말로 폐지되면서 교수계약제가 도입되는 점은 감안한다면, 서울대가 의연한 자세를 보여야 옳을 것이다. 법원 1심판결을 존중해 김씨를 새학기부터 강단에 세우기를 권고한다.

서울대의 판단착오

이본영 기자

서울대 미대의 김민수 조교수가 1년여의 법정싸움 끝에 자신에 대한 재임용 거부조처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냈다. 대학 당국이 법원 판결과 교수 사회의 여론을 감안해 복직조처를 취해준다면 이 사건은 막을 내리겠지만, 서울대는 항소를 통해 자신의 조처가 합당했음을 확인하겠다고 한다.

고등법원 또는 대법원에 상소할 수 있는 권리는 재판 당사자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권리이며, 재판 결과가 완전히 뒤집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보인 서울대의 태도에는 아쉬움이 남을 뿐 아니라 이런 태도에 또다른 '불명예'를 자초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의 대학본부의 한 보직교수는 18일 판결 뒤, "젊은 교수에게 더이상 상처를 줄 수 없다는 학교의 판단에 따라 서울대는 재판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또 과거 재임용 소송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고 한다. 그의 설명대로 서울대는 재임용 심사위원 명단을 재판부에 내지 않았다. 또 증인이로 채택된 서울대 교수도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김교수와 서울대의 행정소송은 1년을 조금 넘긴 기간 동안 7차례 진행됐다. 다른 재판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었으며, 재판부는 여러차례에 걸쳐 서울대쪽의 성의있는 설명을 촉구했다. 재판부는 한차례 선고를 연기하는 등의 고심 끝에 김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해명이 옹색하기 짝이 없다. 법원이 1년여의 기간동안 재판을 진행시켰는데도, 당사자인 김 교수는 자신의 '일생'이 담긴 문제라며 노심초사하며 돈과 시간을 쏟아부었는데도 말이다.

서울대는 또 법원 판결에 대해 법대의 자문을 구해보겠다고 한다. 이 떠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에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한때 동료교수였던 사람의 복직 판결을 뒤집기 위해 다른 교수들의 지식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니 비길데 없이 비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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