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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인사, 인사권자서 독립이 최대과제"

(9. 25. 한겨레)
　

취임 7개월 맞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

요즘 가장 언론의 주목을 받는 장관은 두말할 것 없이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다. 진보적 법관, 능력있는 변호사를 거쳐 최초의 여성 법무장관으로 취임한 지 7개월이 다 돼가는 강 장관을 23일 풍광이 좋은 서울 성북동 한 식당에서 만나 법무행정과 검찰개혁 구상, 근황 등을 물었다.

그는 굿모닝시티 사건을 예로 들며 “결과적으로 검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에 이정표를 마련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장관 취임 뒤 6개월을 자평한다면
= 벌써 2학기로 접어든 셈이다. 취임당시 가장 큰 쟁점이었던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한 인사 등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법무행정 분야는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너무 검찰에만 주력했다. 다만 개혁과제를 체감하고 검사들의 진면목을 알게 돼 좋다.

-검찰 개혁의 이정표는 있는지, 역점을 두는 법무행정 분야는 무엇인가
=내년 3월까지는 검찰 조직 안정과 검사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 변화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 그 이후엔 법무행정의 중심을 인권에 두려고 한다.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인권정책 수립·시행의 중심이 돼야 한다. 올 1년은 검찰개혁이 화두였다면, 내년은 인권이 법무부의 화두가 될 것이다.

-법무부 조직 개편안의 일정은
=조직 개편안을 내년 3월까지 확정해 법안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인권송무국과 법무실은 검사 대상으로 직위공모제를 시행하려 한다. 검사들의 자원을 받아 공개모집해서 시험 봐서 뽑는 것이다. 그러면 일선 수사검사들이 홀대받는다는 불만도 없어질 것이다.

-검찰 인사 분야는 어떻게 개혁할 생각인가
=인사권자로부터의 인사 독립이 올 하반기 최대 과제다. 장관이 바뀌더라도 인사권이 공정하게 가도록 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인사를 담당하는 검찰1과장도 지금처럼 순환보직으로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더 공정한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인사제도와 형사부 기능 강화 등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검찰은 준사법기관으로서 검사의 지위를 강화해 결국 형사부 중심의 검찰로 가야 한다.

-개혁구상은 누가 하는가
=장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법무부 안에서 고민해오던 것이 많이 축적돼 있다.

-최근 서울대 법대 강연에서 “자기 권력에 도취된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사례가 있는가
=언론의 오해가 있었는데 ‘도취’가 아니라 ‘도치’였다. 한 반에서 회비 거둬 반장에게 맡긴 것처럼 권력은 국민한테서 나온다. 그런데 돈 갖고 있는 반장이 마치 자기 돈인 양 뒤집어 생각하는 착각이나 허위의식에 빠질 수 있다. 공개되지 않은 영역에서 수많은 권모술수와 음해성 음모론을 봤다. 이는 자기 것도 아닌 권력을 권력을 가진 자들끼리의 다툼 속에 얻는 것으로 보는 ‘권력 도치’에서 비롯된 게 아니겠는가

-최근 청와대 한 수석이 “검찰이 간이 부었다”고 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디제이 아들이 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처벌됐다”고 말해 논란거리가 됐다.
=근본적으로 지금 검찰에 대해 통제하지 않고 수사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의지이자 정책이다.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사실 굉장한 것이다. 정착 단계에서 약간의 혼란은 있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 수석의 말씀은 대통령의 의지는 아닐 것이고, 여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그 정도 의사 표시는 할 수 있다고 본다.

-굿모닝시티 사건으로 정대철 당시 민주당 대표에게 영장이 청구됐는데, 청와대·여당에서 압력을 받은 일은 없나
=전혀 그런 것 없었다. “절차적으로 너무한 것 아니냐”는 말은 있었지만 그 사건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했다. 검찰로서도 수사권 독립을 실험하는 사건으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장관으로서 정치권에서 전화 한통 받은 적 없다.

-평소 검찰과 법무부, 청와대는 어떻게 호흡을 맞추는가
=필요한 경우 대통령이나 민정수석과 통화한다. 중요 사건에 대해 검찰 쪽의 보고를 받는데, 대검 실무자 선에서 보고라인이 형성돼 있고, 가끔 내가 총장과 통화한다.

-대검 감찰부장과 수사검사 등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의 검찰 길들이기라는 해석도 있다.
=대검 감찰부장에 대해서는 감찰이 마무리됐으니 크게 문제 삼기 어렵지만, 수사 중인 사건의 수사 검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은 수사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다. 국회에서 재검토해줬으면 한다.

-최근 송광수 검찰총장과의 회동 뒤 팔짱을 낀 것이 화제였다. 30분간 독대에서 오간 얘기는 무엇이었나
=원래 호감을 표시할 때 팔짱을 잘 끼는 편이다. 총장님이 익숙하지 않아 어색해하신 것 같았다. 따로 나눈 얘기의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기분 좋은 회동이었고 의미도 있었다. 총장님과 호흡을 맞춘 지 석달밖에 안됐는데, 그 자리가 전환점이 됐다. 자주 만나뵙기로 했다.

-감찰권 문제는 아직도 이견이 팽팽한가
=그 문제도 좋게 풀릴 것이다. 단순한 권한 다툼이 아니라 바람직한 감찰제도를 만드는 게 초점이다.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토론해 가면 특별한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본다.

-지난 8월 부장검사 인사에서 검찰총장이 소외됐다는 얘기가 있다.
=아니다. 구태여 재론하자면, 법무부 인사 담당자가 추천받고 평가자료를 모았다.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오른 법무부 간부에 대해선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내가 징계위원장인데, 마치 재판중인 사건에 대해 공개하는 꼴이 된다. 현재 진행 중이다.

-현재 사회보호법에 대해 개정 의견과 폐지론이 맞서 있는데...
=완전 폐지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개선론과 폐지론이 있는데, 신중하게 결정할 생각이다. 합헌 결정도 나와 있는 마당에 대안도 없이 그낭 폐지하기도 어렵다. 한나라당이 의원입법하는 것도 지켜봐야 한다.

-고문 등 반인륜법 시효배제 특별법을 준비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 숱한 고문사건이 있었고, 최근에는 1심에서 부림사건 재심이 결정됐다. 검찰이 과거의 잘못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을 의제로 삼아 볼 뜻은
=특별법은 초안을 마련하기 위해 의견조회 중이다. 검찰의 과거 반성은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과거를 반성하며 미래로 나가야 하는 것은 검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장은 적절치 않고 시기, 범위 등은 신중히 검토해볼 문제다.

-대중매체의 잦은 등장과 세간의 관심에 대해 강 장관의 대외활동이 많아 정치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장관은 대통령 참모로서 대중매체를 만나 홍보해야 할 임무도 있다. 나서서 매체를 만난 것은 한달에 한 차례씩 인터뷰한 게 전부다. 누군가 내가 원치 않은 방향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래도 거기 휘둘릴 사람이 아니다. 진짜 정치에는 뜻이 없다.

-만일 대통령이 내년 총선 출마를 강권하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설마 그러시기야 하겠는가

-정치권 진출이 아니라면 장관 그만두고 하고 싶은 것은
=놀고 싶다. 유람선도 타고, 절에도 가야 하고. 원래 예술과 종교 쪽에 관심이 많다.

-결혼은
=그건 모르죠.

대담 김이택 사회부장

정리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강금실 장관은 5공 때 즉심회부 대학생 줄줄이 석방

93년 '사법파동'땐 사법개혁 주도도

강 장관(46·사시23회)은 지난 1983년 판사로 임용돼 96년 옷을 벗기까지 많은 일화를 남겼다. 전두환 정권시절 시위를 하다 즉심에 회부된 대학생들을 줄줄이 석방했고, 지난 93년 ‘사법파동’ 때는 ‘평판사회의’ 설립을 주도해 대법원장에게 ‘사법개혁 건의서’를 올린 일도 있다. 변호사로 전업한 뒤에도 법무법인 ‘지평’의 대표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부회장 등 왕성한 활동력을 보였다.

강 장관은 지난 2월 판사 출신으로 ‘검찰를 모른다’는 평과 당시 김각영 검찰총장(12회)의 11년 사법시험 후배라는 점에서 검찰의 강한 반발 속에서 취임했다. 초기 검사장급 인사에서 ‘대통령과 평검사의 대화’라는 파동을 겪었지만, 전례없는 기수 및 서열 파괴 인사를 관철시켜 정면돌파했다. 이어 지난 7월 준법서약제를 폐지했고, 8월 검사동일체 원칙의 상명하복 규정도 없앴다. 한총련 수배해제 문제도 꾸준한 연구와 논의 끝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나라종금, 굿모닝시티 관련 비리, 현대 비자금 등 일련의 대형 정치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치권의 외풍을 차단해 검찰의 수사권 독립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뷰 뒤안길

감찰권 문제 “좋게 풀릴 것” 말 아껴, 언론노출 정치적 의미 부여 떨떠름

정확히 인터뷰 시간 1분전 서울 북악스카이웨이에 자리한 약속장소에 도착한 강 장관은 서울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맘에 드는듯 “좋다, 너무 좋다”를 연발했다. 그러나 3시간에 걸친 국무회의를 막 끝내고 온 탓인지 표정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얼마전 절에 갔을 때 한 구절이 떠올라 깨달음을 얻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성경 구절이더라”며 멋적게 웃어보였다.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게 헛되도다”라고 했다.

특유의 또렷한 말투로 법무부의 현안을 적극 설명하던 강 장관이었지만 두 가지 질문에는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설을 야기했던 감찰권 문제에 대해선 “또 그 얘기냐”며 “앞으로 좋게 풀릴 것”이라는 정도로 받아넘겼고, 송광수 검찰총장과의 30분 단독회동 내용에 대해선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정치 재개 여부는 “언론인들은 감이 있을테니 맞춰보라”며 내내 농담조로 받아넘기다, 이달 초의 서울법대 강연을 거론하며 “대권주자들이 가장 먼저 하는 게 대학강연”이라고 하자 고개가 젖혀질 정도로 크게 웃은 뒤 “정말 미치겠다”며 강력 부인했다. 서울법대 강연은 ‘서울법대 학장의 강청’에 의한 불가피한 것이었는데 “동영상(방송)까지 보도될 줄은 몰랐다”며 최근의 잦은 언론노출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데 대해 매우 못마땅하다는 반응이었다. 한 방송사의 시사성 연예프로에서 자신이 여성단체 모임 뒤풀이에서 노래하는 장면이 방송된 사실도 언급하며 “그런 것까지 방송될 줄은 정말 몰랐다”며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장관직 이후의 계획을 묻자 “내가 송 검찰총장하고 일치하는 것이 있는데, 그 분도 시베리아 횡단여행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모든 게 헛되더라”는 강 장관의 ‘깨달음’이 혹시 자신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검찰 개혁’이 아니라 ‘여성 장관’이라는 쪽에 맞춰진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 장관은 이날 인터뷰 뒤에도 역시 식당 주인한테서 사인 요청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