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그리고 '생각없는 생각'(성현에게 온 편지)

생각: 성현이의 글

** 이 글은 한양IVF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사람, 사랑, 만남, 이별, 그리움

사람, 사랑, 만남, 이별, 그리움...
하나님, 믿음, 영성, 기도, 간절함, 눈물...
미래, 불안함, 초조함, 두려움...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분명 기쁨이겠지만...
이미 잊혀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바란다는 것만큼 초라하고, 어색한 건 없다.

누군가에게 날 기억해달라 말하기보단...
누군가에게 날 잊지말라 바라기보단...
그냥 그렇게 내가 먼저 그 사람을 지우는 게 쉬울런지도 모른다.

하나님을 사랑한다 말하며...
당신 없이 살아갈 수 없다 말하면서도...
정작은 마냥 초라하고, 비겁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거울속에서 발견할때면...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하지만 그 어떤 것들보다 더 힘든 건...
'어쩔 수 없다'며 핑계대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기도하는 법을 까먹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내 미래...
내가 앞으로 해야할 일...
정말 나의 직업이라고 부를만한 일을 결정하는데 있어 두려워하고, 힘들어하는 건...
그만큼의 확신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내가 가려는 길이 정말 내가 사랑한다 말하는 그 분의 뜻에 맞는 건지를 알지 못함 때문이란걸...

기도하면 된다지만...
그 기도하는 법, 그 응답듣는 법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아님... 기억 저 편에 묻어버렸든지...

가끔씩 혼자 그런 말을 되뇌이곤 한다.

'원래 그런거란 게 어딨어'

난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놈이다.
내가 말을 이딴 식으로, 내가 표현을 이딴 식으로 밖에 못하는 것도...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탓이다.

하지만 난 스스로에게 묻는다.

'원래 그런거란 게 어딨어..?'

원래 그런거란 게 어딨어....???

여담 하나. 용주's 국현이 주소 갈쳐달라 그랬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여. --+

여담 둘.. 동식's 잘 지내면 다행. ^^

생각없는 생각: 성현에게

"생각없는 생각"...

이병우씨의 기타곡 중에서 내가 아끼는 것이지.

물론, "축, 결혼!"이나 "재회"라는 곡도 좋아하지만 그런 노래들은 제목에서 풍기는 이상한 느낌 때문에 이내 우울해지는 내 모습을 감당키 어려워 잘 안 듣는 편이다.　

잘 지내지?
자주 편지 하겠다고 했건만, 제대로 연락한 게 언제인지조차 기억을 못하는 것을 보면 나도 참 나쁜 놈인 것 같다. (미안, 성현아!)　

감정이라는 것.
하나님이 주신 것임은 분명한데, 하나님의 자녀로서 바르지 않은 감정도 있는 것 같다.　

그래, 나도 느꼈었어. 외로움.
공동체를 떠난 지 얼마 되지않아 연락이 왔더군. 내가 없어서 LGM시간이 허전했다고. 텅 빈 것 같다고. 기분은 좋더구나. 하지만 이내 알게 되었지.
금새 나를 대신할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리란 것을. 그들에게 쏟는 시간과 그들과 누릴 사랑이 이제는 내 자리를 대신하리란 것을.

사람의 진가란 그 사람이 혼자 있을 때에 드러나는 법이라는 생각을 한다. 고독을 느끼고, 견뎌하지 못하는 시간들이 있었지. 누군가에게 기대서 그들을 이용해서라도 내 고독을 메우고도 싶었어. 내 하소연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생각했지.

외톨이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더 이상 투정해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상황이 되어서야...하나님의 미세한 음성을 듣게 되었지. 이제껏 내 귓가에 잔잔하게 말씀하셨지만 사람들과 떠드느라, 내 하소연과 내 얘기하느라 별 신경도 쓰지 않았던 내면에서 울리는 그 약하지만 뚜렷한 음성.

난 지금도 하루의 몇 시간을 혼자 보낸다. 너는 애인이 없어서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이제 나에겐 그 시간이 없다면 하루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혼자 있을 때, 어느 때보다 평안하며, 다른 의사소통의 도구들, 이를테면 전화, 통신, 식구들, 편지쓰기...뭐, 그런 것들을 덮어두고 성경과 기도, 그리고 묵상으로 내면을 돌아보곤 한다.

혼자 있을 때, 나는 나 자신과 만나게 된다.
내가 쫓기듯이 하고 있는 일들의 본질을 발견하고, 내가 끊임없이 추구하는 가치들을 재확인할 수 있는 시간들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묵상 후에 사람들과 만나게 되지. 언제나 내가 속한 사회에서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신앙의 지체들도 있고, 복음을 전해 들어야 하는 불신자도 있지.
또한 함께 일을 해야 할 동역자도 있고. 그들 가운데에서 나의 사랑을 실천하고 산다. 물론, 부끄러운 부분도 많다.　

삶이란 것. 이별과 만남의 연속인 것 같다.
눈물을 머금고 헤어진 후에 새로운 만남 가운데 새로운 기쁨이 생기는 것이라 여겨진다. 잊는다는 것. 잊혀진다는 것.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돌아가야 한다. 그 생각에 잠시 슬픔이 엄습해옴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 더 이상 96년도의 학교가 아니듯. 또한 그 곳의 사람들도 이전의 사람들이 아니겠지. 모르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알고있던 사람들과도 다른 환경에서 굳어진 다른 사고들로 거리감도 느끼겠지.
또한, 이 곳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 헤어지면서...또다시 나는 헤어짐의 아픈 감정도 경험하겠지. 캠퍼스를 떠나올 때의 슬픔이 이곳을 떠날 때에도 동일하게 나에게 슬픔으로 자리하겠지.

하지만 동일하게 나는 새로움 사람들. 또한 나에게 주어진 또 다른 환경에서 나에게 보여주실 좋은 이들과 일들에 대한 하나님의 계획을 기대한다. 또한 지금부터 다른 삶의 준비들을 해나가야만 함을 알고 있다. 떠나야 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소중히 간직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별이 서툰 것은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라는 말이 있다. 내 이별의 방법이 그랬다. 이젠 알 것 같다. "이별"에서 무엇이 헤어질 부분이고 무엇이 헤어지지 않는 부분인지. 무엇이 없어지는 부분이고 무엇이 존재하는 부분인지.

길어졌구나.
곧 편지쓰마. 사실 요즘은 편지 잘 안써. 다른 사람들에게도. 너무 오래 떨어져 있으니 별로 할 얘기도 없는 것 같고. 그래도 소중히 간직해야 할 우리의 관계성이 깨어지지 않으려면 그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의무를 다해야 하리라는 반성도 해본단다.

건강해라.

하나님 안에서, 용주.

(from hanyang IVF homepage, http://ivf.circle.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