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입니다..

단상(Short Notes) no.9

2003. 6. 1 - 8. 31.

구획의 문제

신념의 강도가
그 신념을 지식으로 만들지는 못한다.

실제로 가장 소중히 여기는
자신의 이론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과학적 태도일 수도 있다.

(라카토슈, "과학과 사이비 과학" 중에서)

MyJ ::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라카토슈는 포퍼적이면서도 파이어아벤트적이다.

　

관통

무엇인가가
나를 꿰뚫고 지나갔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빈 공간이 느껴지면서
또한 하나의 흐름으로
얽히게 되었다는 느낌..

일단, 그것을 "관통"이라고 하겠다.

MyJ :: 사진의 프레임을 의식한 이후로 문단도 그렇게 쓴다. 쯧쯧..

　

그런 그런..

"사람을 어떻게 보고, 난 그런 사람 아니에요!"

"그런 사람 저는 잘 모르는데요."

"미안해요, 난 당신이 기대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어요."

"저 그 사람 아닌데요."

"세상에, 그런 사람도 있더라.."

MyJ :: 내가 들은 말 중에 3인칭 대명사는 각각 그 지칭하는 바가 달랐다.
　

二十歲記

오래 전에 누군가에게서 희망을 잃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난 사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조차 모르던 때였다.

나는 겁없는 폭주족처럼 거침이 없었다.
광고 전단지 같은 너절한 종이 몇 장에 몸을 기댄 채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다.

아이스크림 위에 얹혀진 체리처럼
달콤한 미각에 내 혀는 감각을 잃었고
난 그렇게 싸구려 삶에 내 젊음을 바쳤다.

난 그렇게 쓰레기 더미 속에서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고
실수에 실수를 거듭했다. 결국은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인지
무엇이 실수이고 무엇이 진심이었는지 닳고 낡은 전단지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한심하기 짝이없는 내 무한질주를 뒤로 한 채
그렇게 난 지평선의 끝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난 종이 인형의 옷을 입고 무도회에 나갔다.
내가 돌아서기 전까지는 아무도 내 옷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못했다.
결국 내가 돌아선 채로 울음보를 터뜨리기까지는
모든 것이 멋진 무도회의 인형놀이 같았다.

가끔 룰을 어기는 사람들이 있다.
내 종이 옷 위에다 글씨를 쓰는 사람.
내 옷의 입체감이 한낯 눈속임이요 2차원 공간에
매핑된 3차원 그림이란 것을 드러내 주는 그런..

사실 누가 알아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진실을 말하고 싶었을 뿐, 말을 걸고 싶었을 뿐
거짓의 결과에 대한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었을게다.

난 부끄러움과 수치심과 내 너절한 과거로 인해
써 놓은 글자도 잊은 채 그렇게 무너졌다.

희망을 잃지 말아 달라는 깊게 패인 내 종이 옷의 자욱들은
내 상처입은 자존심으로 인해 오랜 시간
단지 수치스러운 잉크자국에 불과했다.

이제서야 그 말의 의미를 깨닫는다.
다 지나버린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끝낸다.

MyJ :: 제목은 쓰다보니 욕지거리가 되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다..

　

guillotine tragedy

요즘은 너무 바빠서

머리 자를 시간이 없다..

이건 정말 비극이다..!

MyJ :: 모.. 가끔 이럴 수도 있지.. 누가 클릭하래? :(

　

싸이퍼의 고백

이젠더이상의미련은없다단지새삶을바랄뿐이다고통스럽지않은그런힘든기억밖에없는내과거를그렇게뒤로한채난정상적으로생활할수있는그런사람이되고싶다미련이없는만큼과거의기억은남기고싶지않다그저하드디스크를포멧하듯이일순간에모두사라져도좋다제발여기서날꺼내줘..

MyJ :: click!

　

now i know

이제야 알았습니다.

눈물과 웃음을 함께 할 수 있는
가까이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만신창이가 된 내게
당신은 큰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MyJ :: 나를 추스리다..

　

이십대의 사랑

이십대의 사랑은

잘 맞지 않는 모자이크처럼
어딘가 서툴러서 자주 빗나가기도 하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여 심하게 아프기도 하고
때론 멈취서야 할 때에도 끝까지 달려가곤 한다.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상황이 있고
해야 했던 말과 하지 말았어야 했던 말을
곱씹으며 잠자리를 뒤척이거나

손을 잡아야 할 때와 손을 놓아주어야 할 때를
알지 못해 그러한 시의적절하지 못한
자신의 행동에 안타까움이 쌓여
마음 속에 숨겨진 상처가 생기기도 한다.

내 이십대의 사랑은 그러하였다.

사랑이다 라고 규정지으면 그 때부터 힘들기만 했다.
그 때부터 상대방을 힘들게 만들기만 했다.
무언가 불편한 자리에 앉은 것처럼
무언가 못할 일을 시작한 것처럼
내 이십대의 사랑은 항상 그러하였다.

...

이제 내 이십대의 사랑을 접는다.

MyJ :: 전지현이 옳다. 사랑만 가지고는 사랑이 되지 않는다.

　

영성적 가난

누구나가 마음의 가난함을 꿈꾸며
그것이 삶의 원리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에서
최고의 가치란 사실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함과 그대로 사는 것의
거리감은 피부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멀다.

적어도 내게 영성적 가난이라는
삶의 양식은
내가 정말 나를 의지하지 못할 때가 되어서야
간신히 돌아보게 되는 그런 성질의 것이었다.

내가 내 안에서 어떠한 가능성도 찾을 수 없을 때
그렇게 실질적 가난에 직면해서야
간신히 느껴보게 되는 삶의 가치인 듯 하다.

적신으로 나와서는
금새 잔뜻 겉멋으로 치장하는 게
인간의 본질이 아닌가 싶다.

MyJ :: 난 이런 나와 직면하게 될 때가 가장 비참하다..

　

삶

가끔씩 삶은..

참 지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기 인두

어릴 적 납땜을 하는 장난감을
한창 가지고 놀던 때가 있었다.

하루는 전기 인두를 쓰고 코드를
뽑았다가 다 식었겠거니 하고
인두의 앞부분을 잡아 들었는데

잘못 코드를 뽑은 탓에
내 손은 하얀 연기를 뿜으며 타들어갔다.

그 이후로 난 전열기 주변에만 가도
이따금씩 마음이 불편하다.
아니 같은 상처를 받을까봐 두렵다는게
내 솔직한 마음일게다.

MyJ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the rain

비가 오는 날은
이따금씩
수면 깊은 곳에 침잠해 있던
불순물이

투명한 물 속으로 스며들어
주위를 혼탁하게 만들곤 한다.

흔히 따가운 눈초리를 하고
밖에서 바라보는 만큼
수면의 아래 쪽에서도
그런 혼탁함이 껄끄럽기는 마찬가지다.

MyJ :: 내 안의 혼탁함을 탓하지 말고 차라리 비를 탓하길..

　